“그냥 한대 갈겨주세요”
“신부님, 사는게 죄니 알아서 사해주세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신부님, 주일도 빠졌고 화도 많이 냈고 사는게 그렇다보니 제가 예수님 따라서 살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신부님 뵙기 참 죄송스러워서….”
고해성사를 주다보면 늘상 듣는 말들이다. 그분들을 만나고 성사를 주면서 항상 죄송스러움과 겸손함으로 자신들의 죄에 몸둘바를 모르는 이분들의 마음에 난 항상 창피함을 느낀다.
신앙으로 인해, 차라리 신앙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이분들이 이렇게 죄스러움과 송구함으로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일이 있었을까 반문해보기도 한다.사회의 눈으로 보면 죄같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도 몇날 몇일을 고민하고 두려움과 죄스러움속에 맘 편하게 살지 못하는 이분들을 보면서 가끔은 예수님을 원망해보기도 한다.
솔직한 마음으로 난 이분들에게 성사를 주면서 인간적인 고통을 느낀다. 그리곤 예수님께 많은것을 따지곤한다.
예수님께서 정말 바라시는 것일까? 이분들이 이렇게 늘 죄스러움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한 것일까? 화해의 성사를 통해 구원을 약속하셨지만 차라리 아예 화해할 것도 없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를 말이다.
정작 성사를 집행하면서 난 사제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가 많다. 많은 부분에서 정당화시키고 오히려 죄스러움보단 편안함과 안락함속에서 때론 신자들 위에 군림하는 자로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는 사제의 모습을….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
모자라고 부족한 사제로서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는 순간, 성사를 보는 신자들의 마음속에서 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하게된다.
하루에도 수십번 미워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사목생활에서 누구 탓하는데 익숙하기에 신자들을 윽박지르고 욕하며 무시하는 젊고 한참이나 부족한 사제의 모습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누가 누구의 죄를 들어야하며 누가 화해를 행해야 하는 것일까. 농담식으로 이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이 사제의 귀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아닌 듯하다.
오히려 겸손함으로 자신의 죄를 고하고 용기를 갖고 화해의 청함을 듣는 사제의 귀가 제일 깨끗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정 더러운것은 그러한 모든 것을 듣고도 반성하지 못하며 제일 잘 낫다 여기는 이 미련한 사제의 맘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잘나고 모든 것에 진리인냥 외치는 사제의 맘속에 정녕 눈물 흘리고 화해를 청하시는 분은 오히려 그분일 듯.
주님, 이 착한 신자들의 마음을 내치지 마시고 차라리 보고 듣고도 뉘우치지 못하는 이 아둔한 사제의 뒷통수를 그냥 한 대 갈겨주소서. 혹시 압니까? 한 대 맞고라도 정신 차릴지….
오유성 신부(수원교구 오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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