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곳곳 누비며 그리스도 사랑실천
가정전문간호사 이영희(요셉피나.50.서울 금호동본당)씨가 모는 경차가 좁다란 골목길을 헤치고 지나가자 그를 발견한 마을사람들이 담벼락에 붙어 서서 손을 흔들어댄다. 마치 오지의 토착민들이 먼데로부터 오는 손님을 맞는 듯한 주민들의 모습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이간호사가 찾은 곳은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홍종주(요셉.72.서울 옥수동본당) 할아버지 집.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던 할아버지가 환한 얼굴로 그를 반긴다.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는 오른팔에 통증을 호소했다.
경사진 골목 아래에 있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오갈 때마다 오른팔에 의지하다시피 해 생긴 병이다. 얼마 전에는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한참을 혼자 앓아야 했다. 그때 이간호사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할 뿐이다.
비가 올 때면 어느 틈으로인가 비가 새던 방은 얼마 전 말끔하게 새 단장을 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손봐야 한다는 이간호사의 주선으로 성당 봉사자들이 나와 낡은 곳을 뜯어고치고 도배까지 새로 해준 덕이다.
이런 보살핌 때문일까, 할아버지는 방문교리를 자청해 지난해 느지감치 세례를 받았다. 성당에서 봉사자들이 가져다주는 도시락으로 하루를 나는 할아버지는 입버릇처럼 “기도로밖에 보답할 길이 없다”며 하루 종일 묵주를 손에서 놓을 줄 모른다.
이어 이간호사가 방문한 곳은 척추압박골절로 누워만 지내야하는 황미순(39)씨 집. 처음엔 방문도 꺼려하던 황씨는 이제 이간호사가 올 때만을 기다리는 팬이 돼버렸다.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30만원 남짓한 돈으로는 관리비 대기도 벅찬 황씨에게 수십 만원이 족히 드는 검사비에 수술비는 물론이고 봉사자까지 주선해주는 이간호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왜 진작 몰랐는지….” 수술을 앞둔 황씨는 남편과 함께 틈나는 대로 교리공부를 하는 중이다. 세례명도 ‘미카엘’과 ‘미카엘라’로 정해두고.
이간호사는 주민들에게 ‘해결사’로 통한다. 혈압과 맥박 등 기본적인 건강 체크와 처치는 물론 소소한 생활 얘기에 민원(?)까지 듣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도 주위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이 눈에 띄면 숟가락을 놓고 먼저 치료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다.
환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 또 그를 급하게 찾는 전화가 왔다. 욕창을 심하게 앓는 할아버지가 있어 한시가 급하다는 것이다. 서둘러 왕진 가방을 챙겨 드는 이간호사에게서 진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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