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빽’으로 기쁘게 살아
십자가 앞에서 울며 떼쓰는 나에게 다정히 다가오신 예수님을 뵌 이후 내 마음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날 성당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나는 식사 때마다 찬물 단 한그릇만을 앞에 놓고도 식사전 기도를 드리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빼놓지 않았다.
십자가를 쳐다보면 예수님이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물 한모금 마시고 “예수님 사랑해요”, 방을 오가다가도 “예수님 사랑해요”라며 사랑고백을 이어갔다.
정말 초봄의 차가운 냉방도 ‘뜨뜻’하기만 했고, 하루종일 성가 테이프를 틀어놓고 따라부르며 외우다보면 마음은 그지없이 풍요로워졌다.
어느 비오는 날에는 “당신은 내게 응답하셨나이다…”라는 구절의 성가가 마음깊이 와 닿아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 녹음테이프는 여지껏 간직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날 너무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 행복하고, 그때는 누가 나를 뭐라고 하며 욕을 해도 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하느님 ‘빽’으로 나는 기쁘게 살아왔다. 그리고 하느님 ‘빽’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이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연기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늘 사람들을 본다”고 답한다. 누가 어느 때에 어떤 말을 하는지, 각각의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유의깊게 본다. 평소 노력이 없으면 연기도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나도 예전에는 연기를 만들어서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상황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한다. 배우는 바로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보는 이들이 공감한다. 시청자들이야말로 연기의 깊이를 단박에 알아챈다.
연기자는 100% 일등이 없다. 모두다 신인이다. 단지 연기생활을 오래하다보면 노련해질 뿐이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되면 그땐 또 나는 신인이 된다. 늘 배우면서 연기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고향이 함경도인지,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 묻는 때가 많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피난 시절 외에는 서울에서 살았다. 나는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연구하고 고민한다. 2~3일이면 어느 지방 사투리든 구사할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운전은 내가 직접 한다. 매일같이 촬영장까지 이동하는 것도 내몫이다. 방송국이 아닌 야외 촬영을 나갈 때는 꼭 장소도 미리 확인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에게 배역을 맡길 때는 내가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연출가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늘 열심하려고 한다.
요즘은 매니저 제도도 잘 되어 있어 연기자들이 활동하기가 많이 편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쉽게 배역을 맡을 수도 있고 쉽게 뜰 수도 있다. 처음 TV에 나오자마자 상도 잘도 탄다. 하지만 상을 타면 그 상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 상을 받을 만큼 잘했는가부터 생각해야할 것이다.
연기 인생 50여년에서 내겐 유독 상복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가슴 떨리는 일을 한번 겪게 됐다.
사진설명
지난 81년 영화 ‘초대받은 사람들’ 대종상 시상식에서 반예문 신부님과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초대받은 사람들’은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영화로 제20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음악상·미술상·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사입력일 : 200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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