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문학의 최고봉 ‘신곡’
죽음이후 세계 편력하는 환상여행기
하느님의 가르침을 문학적으로 전달
교회와 인류의 역사 안에서 교회의 가르침은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때로는 위대한 미술 작품을 통해, 때로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가톨릭 교회의 교리는 무한한 하느님을 유한한 인간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해지는 것이다. 미술과 음악 뿐만 아니라 종종 문학 작품은 가톨릭 교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그래서 가톨릭 문학은 가톨릭 교회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왔고, 고금의 위대한 가톨릭 문학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든 인류에게 하느님의 위대함을 일깨우고, 인간 영혼의 구원을 향한 영원한 갈구를 전해준다.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정치가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되는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의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은 가히 가톨릭 문학의 최고봉이랄 수 있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문학적인 수법으로 부드럽게 전해주는 불후의 명작으로 꼽힌다.
일종의 환상 여행기
가톨릭 교리의 핵심을 그대로 바탕으로 삼아 지옥편(Inferno), 연옥편(Purgatorio) 그리고 천국편(Paradiso) 등 셋으로 나눠져 있는 이 작품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편력하는 일종의 환상 여행기다. 하지만 비록 얼핏 보기에 허황된 이야기로 보일지라도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성에 바탕을 둠으로써 다른 어느 가톨릭 문학 작품들과 비견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애당초 이 작품은 그가 평생을 걸쳐 사랑했던 여인 베아트리체(Beatrice, 1266~1290)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 쓴 것이다. 여기에서 단테는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해 신화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정신적, 윤리적 진리를 규명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 자유 의지의 중요성과 하느님의 섭리가 지닌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위대함을 증언한다. 특히 그는 이 작품을 당시 저술의 일반적인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인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피렌체 방언으로 집필해 민족 문학을 확립하고자 했다.
제1부라고 할 수 있는 ‘지옥편’은 죄와 벌의 세계인 지옥을 그린 것으로, 단테의 지옥은 어둠과 증오, 영원한 저주의 세계로서 죽을 때까지 악과 가까이 지낸 영혼들이 벌을 받는 곳이다. 9개의 원(cerchio)으로 구성된 지옥의 곳곳에서 만나는 비참한 영혼들을 통해 그는 하느님을 떠난 영혼들의 영원한 비참을 그린다.
‘연옥편’은 정죄와 희망의 왕국인 연옥을 그린다. 지옥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은 이들이 겪어야 할 영원한 형벌의 땅이지만 연옥은 죽기 전에 죄를 뉘우치고 회개한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따라서 연옥의 영혼들은 구원을 받은 영혼들이 천국에 오르기 전에 정죄받는 그런 영혼들이기에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천국편’은 특별히 마치 방대한 신학의 해설과도 같은 부분으로 빛과 춤과 노래와 완전한 환희와 덕이 있는 왕국으로서 천국을 그린다. 하느님의 지고한 사랑과 축복의 세상인 천국에서는 아홉 개의 하늘들이 지구를 주축으로 돌고 있는데 이 하늘들에는 천사들이 좌정하고 있다. 지복자들의 영원한 보금자리는 정화천으로 여기에서 단테는 하얀 장미꽃을 이루고 있는 지복자들을 보며 삼위일체의 신비를 깨닫고 태양과 모든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인 하느님을 관상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가장 완전한 평화를 발견하게 된다.
피렌체 귀족 가문 출신
‘신곡’으로 중세의 정신을 종합해 문예부흥의 선구자가 되고 인류 문화의 지향점이 될 목표를 제시한 단테. 그는 피렌체 출신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교육을 받고 상류사회와 친교를 나누었던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끊임없는 유랑 생활과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이다. 유랑 생활을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졌던 그는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을 통해서는 선의 의지와 하느님의 섭리, 그리고 구원을 향한 구도의 길을 지향했다.
어릴적, 9세때부터 시작된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은 후에 <새로운 삶>(La Vita Nuova)이라는 작품에 담겼는데, 이 시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 주로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을 시와 산문으로 엮은 것으로 <신곡>의 전편 역할을 한다.
단테는 훗날 피렌체 공화국의 정치 지도자가 되었으나 당파 싸움에 휩싸여 급기야는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으로부터 영원히 축출되어, 인근 도시들을 방황하다가 라벤나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치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고난과 시련을 당하면서 그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샅샅이 관찰해 그 가운데에서 멸망하는 것과 영생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1321년 라벤나의 영주 폴렌타의 외교사절로 베네치아에 다녀오는 길에 세상을 떠난 그는 라벤나의 땅에 묻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