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노래를 부릅시다
노래에 울고 웃고
대도시뿐만 아니라 한가로운 시골에서조차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가라오케나 노래방 간판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래에 대한 추억과 열정은 고도의 과학?기술 문명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살아있다. 노래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의 일상 속에 머무르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것인지.
노래는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노래 또한 나름대로의 논리와 규칙을 가진다. 노래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생산되는 축적된 논리적 소리체계의 관습이며 문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래는 그것의 논리성을 두고라도, 감성적 자극을 통한 감동에 의해 발생되고 수용되어지는 속성을 가진다. 다시 말하자면, 노래는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전부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노래는 사람의 감성을 움직여 그 사람의 마음에까지 이르러서는 가슴 속 가장 깊은 곳까지 동요시킨다. 논리나 이성적인 것 이외에도 정서적으로 그리고 느낌으로 다가와서는 그 사람을 감동시키고 의지를 움직인다. 이렇게 노래는, 단순한 논리의 전개 문제를 떠나서, 인간의 내면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인간의 경험과 그 경험의 내용을 좀 더 완전하게 수용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 중의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노래가 사람들의 이러한 바람을 실현시키기에 적합한 수단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람들은 노래를 필요로 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신비스런 체험의 절정
신앙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신과 같은 위대한 존재 앞에서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나, 신비스러운 체험의 절정에서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는 상황에서조차, 그것을 도저히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게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신과의 진실한 대화이기에, 언어 체계가 담아내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더 담아내며 언어 체계를 넘어서는 노래를 대화의 도구로 선택하는 것이다.
오늘날 노래에 대한 추억과 열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노래에 담겨지는 현대인의 마음은 좀 달라졌다. 바쁜 현대인의 분주하게 보내는 일상은 사람들을 점점 고립시키고, 그들의 노래는 다른 사람이나 신과의 대화를 아예 외면하거나 포기한 채 기대하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나만의 노래가 되기 일쑤이다.
지적 호기심의 충족대상
그리고 가끔씩은, 노래가 단순히 취향이나 지적호기심의 충족 대상으로 여겨져 개인의 일방적인 노래로 불려지며, 다른 사람이나 신의 존재를 대화로 초대하기보다는 강요하기에 이르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평화를 침해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혹은 상처로 무뎌져 가는 마음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라도 하듯, 귀찮은 듯 노래하기를 포기하며 대화를 단절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노래가 그 본질을 잃거나 속성이 변질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의 노래는 아직 대화를 향한 용기를 가지지 못했을 뿐, 언젠가 그들의 연약하지만 진실한 소리에 실려 대화의 상대를 향해 제대로 다시 불려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거든 이제는 좀 더 귀 기울여보자.
김수정(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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