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청원보다 노력하는 자세 중요
일부 선수 운동장서 기도
월드컵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한국민은 한국을, 독일 국민은 독일을, 스페인 국민은 스페인을 열심히 응원했다. 어떤 사람들은 기도까지 하며 자국팀을 응원했다. 몇몇 선수들은 시합에 이기면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우리 팀이 이기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경기를 할 때 과연 하느님은 누구 편을 들어 주실까.
얼핏 생각하면 쓸데없는 질문 같지만 이 질문을 조금만 확장시켜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3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내 딸(혹은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실제로 입시철이 다가오면 많은 성당에서 100일 기도 모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기도는 큰 모순을 안고 있다. 내 딸, 내 아들이 대학에 합격하면 그만큼 다른 집의 아들 딸이 떨어지게 된다. 그 사람들도 기도할 텐데….
기도는 필수적 삶의 자세
예수님은 분명, 구하면 받을 것이고 찾으면 얻을 것(루카 11, 9 참조)이라고 하셨다. 기도는 신앙인으로서 필수적 삶의 자세다. 축구경기를 하든, 시험을 보든 기도는 신자라면 자연스레 따라나오기 마련이다.
가톨릭 교리서는 이와 관련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 청하는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지느냐 않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하느님의 뜻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기도는, 하느님께 우리가 필요한 것을 일방적으로 청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한 사랑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는 가운데 기도를 준비하고, 하느님의 뜻에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루카 22, 42) 하고 기도하셨다.
목표 향해 최선의 노력을
한국이 월드컵 경기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한다는 것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뜻에 신뢰하며 맡겨 드려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타고르의 ‘기탄잘리’의 한 대목이 있습니다. ‘저의 기쁨과 슬픔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는 그 힘을 저에게 주시옵소서.’ 그리고 내가 읽은 짧은 감명 깊은 기도가 있습니다. ‘저희를 지혜로운 사람들이 되게 도와 주시옵소서’”(피천득, <인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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