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정신으로 새 도약 위해 노력”
사제 양성·신학교 운영 최우선 과제
한국교회 평신도 열정·활동에 감명
“한국처럼 베트남교회도 순교신심의 전통이 강합니다. 전쟁, 공산통치로 큰 고통을 겪었지만 이제 베트남교회는 순교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폐해진 교회를 다시 세워 아시아 교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베트남교회. 수도인 하노이대교구장 죠세프 쿠앙 키에트 대주교는 조용한 겉모습, 느릿한 말씨와는 달리 베트남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뜨거운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쿠앙 키에트 대주교는 부산교구장 정명조 주교의 초청으로 6월 20일부터 9일 동안 부산교구와 서울대교구 등을 방문했다. 열흘 남짓 둘러본 한국교회에 대해 “신자 수의 증가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룩한 다양한 성과에 경탄했다”며 특히 “평신도들의 열정과 왕성한 활동, 봉사는 한국교회 성장의 힘”이라고 말했다.
베트남교회는 전쟁을 거쳐 1954년 공산치하에서 억압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베트남교회는 폐허가 된 조국의 교회를 재건, 이제 600만명의 신자, 26개 교구에 30명의 주교와 3천명의 사제, 그리고 1만명의 수녀들이 있다. 성소자 수도 늘어 신학생 1천여명이 6개 대신학교에서 사제성소를 키워가고 있다.
“아직도 베트남에는 사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사목 과제는 신학교 운영과 사제 양성입니다. 신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진의 양성도 시급합니다.”
사제 양성과 함께 신자 재교육은 가장 절실한 과제 중 하나이다. 오랫동안 신앙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신앙생활에 서툴다. 또한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정부의 종교 정책 때문에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 수행도 어려운 문제의 하나이다.
하지만 쿠앙 키에트 대주교는 베트남 신자들의 열심한 신앙을 깊이 신뢰하고 따라서 베트남 교회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확신한다. 특히 최근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찾아오는 모습은 이같은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
그는 한국교회와 베트남 교회의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를 표시했다.
“몇 년 전부터 베트남에는 한국 공동체가, 한국에는 베트남 신자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두 나라의 사제들이 서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과 베트남 교회의 만남이고, 교류와 협력의 시작입니다.”
대주교는 아시아 교회들이 유럽교회는 잘 알면서도 아시아 교회들 서로는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전통과 종교, 지역, 언어의 차이 때문에 서로 다가가지 못했지만 아시아 복음화의 시대인 제삼천년기에는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들간의 대화, 특히 신앙과 삶, 증거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쿠앙 키에트 대주교는 1952년에 태어나 1964년 소신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공산 치하에서 강제수용소와 본당 등에서 지내다 1989년 신학교가 다시 열려 199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1993년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로 유학, 사회학을 공부했고 1999년에 랑손 교구 주교로 임명됐다. 2003년 하노이 대교구장 서리로 있다가 2005년 2월 19일자로 하노이 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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