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쉼자리라는 피정. 피정을 하기 전 누구나 머뭇거리게 되지만, 막상하고 나면 영혼과 삶이 정화되었다는 말들을 한다.
과연 피정은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피정 체험자 3인의 체험기를 통해 피정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깨달음의 보석’ 찾아낸 시간
◎한종만(베네딕토.독립문공동체 복음화위원장)
‘명례방 협동조합’이 해마다 실시하는 피정, 연수(성지순례)에 나는 단골 손님이다.
왜냐하면 피정이나 연수를 갈 때마다 고상하고 수준있는 곳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만 부수적인 선물을 꼭 주기 때문이다.(세상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이들이야 말로 가난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한다.)
이번 피정이 ‘공세리’에서 ‘횡성 도미니코 피정의 집’으로 변경 되었지만, 장소와 무관하게 나에게는 소중한 깨달음을 준 피정,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그리고 희망을 갖게 하는 피정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보고 이번 피정을 간단하게 정의 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각자 자기가 취하고 느낀 만큼, 자기 그릇이 되는 만큼 찾을 수 있는, ‘깨달음’의 보석을 찾아내는 과정의 피정이었다”라고. 나는 어느 유형 인가?
아침에 하는 ‘십자가의 길’은 색다른 고통과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 조를 진행하는 분이 분위기를 잡아서 그런가 ‘처’를 옮길 때마다 어젯밤 내린 비에 촉촉하게 적셔진 오솔길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솔 향과 흙 내음새,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만큼 오는 가랑비, 연보라색 예쁜 구절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 연못에 하얗게 핀 작은 수련들, 이 모든 것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바라보는 내 눈과 귀가 가슴으로 하느님께 고맙고 감사하다고 느껴지며 내 눈가에 이슬이 맺혀졌다.
언젠가 신부님이 우리에게만 하느님 약점을 살짝 얘기해 주셨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다는 것”
끝까지 사랑하고, 포기하지 않는 ‘아주 징헌 분’이라는 것이 미사 때 생각나, 나는 또 눈을 촉촉히 적셔야만 했다.(어렸을적 잘못한 일을 하고 어머님으로 부터 회초리를 심하게 맞고 울면서도 기분은 상쾌한 적이 있는데, 어른이 된 지금 지천명 나이에 모처럼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피정을 지도 하셨던 이기우 신부님, 그리고 말없이 묵묵히 봉사하신 임원 여러분들, 내가 잘 때 무지막지한 자장가를 불러 주었던 형제들, 치약을 제공해준 하늘자리에서 가족과 함께 오신 형제님 등.
이 분들로 인해 청정한 마음으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이런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2006년 6월 19일 ‘네 이름이 무엇이냐?’ (창세 32, 28) 피정을 다녀와서
왜 형제 안의 예수님 사랑해야하는가 묵상
◎김인태(안드레아.의정부교구 평내본당)
경기도 의왕시 마리아 폴리 센터에 하루 마리아 폴리 피정을 다녀왔다.
첫 번째 경험담 시간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끝까지 사랑해 화해하며 결국 신뢰를 회복하는 경험담이 있었다.
당신은 나의 보물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에 행복함은 더해갔다.
이번 피정에서는 형제 안에 계신 예수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왜 형제 안에 예수님을 사랑해야 하는지…
모든 인간은 한 몸이다. 예수님은 그리스도께서 내안에 계신다고 하셨고, 가장 보잘것없는 이한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다라고 하셨으며 특히 고통 받는 이에게 해준 것을 예수님은 최후의 심판 날에 기억하신다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6세는 이에 대해 ‘여러분 안에 하느님, 예수님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셨다.
이웃은 하느님으로 가는 길이요 형제는 하느님을 만나는 문이다. 즉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듯 내안의 예수님이 형제안의 예수님을 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멸시와 고통, 버림받음, 외로움, 마지막에는 성부한테도 버림받으심을 보이셨다. 그분의 고통은 이세상의 모든 이들을 사랑하기 위함이다.
우리와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 예수님은 그렇게 버림받으셨고 부활하셨다. 예수님은 우리와 하느님을 이어주는 사다리 역할을 하신 것이다.
태국에서 기업부도가 난 어느 부부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잦은 불화로 인해 치달았던 부부간의 갈등이 화해를 통해 해결되었고 아이의 산만함과 거친 행동도 아빠의 끝없는 노력으로 고쳐지고 다시 사랑이 싹틈을 보여주어 진한 감동을 주었다. 마치 내 이야기 하는 듯한 경험담이었다.
이어진 생명윤리에 대한 설명시간. 생명이 존귀함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대전에서 온, 넷째 아이를 둔 엄마의 경험담은 특히 진한 감동을 주었고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생명을 살리기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며 혹시 모를 기형아 출산을 그분의 선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엄마의 사랑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당당히 커서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내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하라고 제가 태어났고 그리고 이렇게 엄마를 사랑한다고…
오늘하루 참으로 뜻 깊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늘 받은 사랑을 새로운 삶의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야겠다. 고통 받고 외로워하고 버림받은 예수님을 위해 주위의 이웃을 사랑해야겠다. 그리고 내안에 계신 예수님의 눈으로 형제안의 예수님을 사랑하련다.
2006년 4월 2일 포콜라레 마리아폴리 피정을 다녀와서
마르지 않는 샘물 되고 싶어
◎나연임(베로니카.광주대교구 연동본당)
“물가에 있으면서도 목마른 이가 있고, 가뭄에도 목마르지 않는 이가 있다. 목마른 이를 품어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7월 피정을 마치며 신부님께서 주신 마지막 메시지였다. 물가에서도 목마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그리고 가뭄에도 목마르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자신의 능력으로 물까지 갈 수 없는 사람이 목마른 사람일 것이고, 갈수는 있으나 가지 못하는 사람 또한 목마른 사람일 것이다.
힘이 닿지 못해 가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게 이해한다. 그러나 갈 수 있지만 가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다수는 외면한다. 그러나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벽에 갇혀 받아들이지도, 다가서지도 못하는 이방인의 삶. 그것은 자신감의 결핍일 수도 있겠고 한 때의 실수로 인한 죄의 사슬에의 묶임 일수도 있으며 더러는 관계에서의 상처로 인한 스스로의 닫음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품어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은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그 위에 사랑이라는 시들지 않는 꽃을 얹어 줄 수 있는 어머니의 마음만이 물가에서도 목마른이에게 물을 찾아 나설 수 있게 해주리라고 생각되었다.
7월의 피정을 마치며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마르지 않는 물 항아리를 마련함은 물론, 메마른 세상을 향해 늘 싱싱한 샘물을 대접할 수 있는 넉넉함을 간직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2006년 7월 3~7일 본당 ‘환희의 신비’ 피정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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