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믿음’ 중요
다양한 영성만큼 얻는 은총 많아
스스로에 맞는 영성 분별이 우선
불교의 선방(善防), 요가원 등에 현대인들이 몰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물질과 향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없는‘갈증’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2000년 가톨릭 교회 안에 이런 갈증을 풀 수 있는 보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적다. 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톨릭 영성의 보화를 찾아 떠난다.
영성의 다양성
영성(靈性)은 다양하다. 평신도 영성이 있고 수도회 영성이 있다. 수도회 영성 안에서도 관상 영성을 중요시하는 수도회가 있는가 하면 활동 영성을 중시하여 각종 사도직에 종사하는 수도회도 있다.
꾸르실료, 성령쇄신 등 각 신심운동 영성도 있다. 영성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 보화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에페 3, 8)
이와 관련 영성 전문가나 피정 관계자들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어떤 정형화된 영성을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사람 각자의 몸에 맞는 음식이 천차만별이듯 영성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영성을 분별하는 그 기준이 바로 영성의 본질과 맞닿아있다.
영성의 분별과 본질
그리스도교 영성의 올바른 판단 기준은 복음에서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올바른 모습을 본받으려는 삶의 태도를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에 있다.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은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삶이다. 또 하느님 모습을 인간에게 제시한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자세다. 또한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벽하신 것과 같이 여러분도 완전해야 합니다”(마태 5, 48)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완덕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삶이다.
영성의 보화들
교회 안에는 수많은 영성의 보화들이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지만, 그 중 대표할 만한 보화들을 꼽으라면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토마스 머튼 등을 들 수 있다.
회개와 믿음 하느님체험, 그리고 인내, 겸손, 찬미, 비움, 순종, 자비, 겸손, 존경, 가난으로 요약되는 성 프란치스코(1181~1226) 영성과 함께 가톨릭 영성의 큰 흐름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1347~1380)를 들 수 있다. 수차례에 걸쳐 신비적 체험을 하고 그리스도의 성흔(聖痕)을 받았으며, 또 그리스도의 신비적 혼인을 확신한 성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께 온전히 바쳐 하느님의 신비를 깊게 파고들었다. 이러한 신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리와 사랑의 영성’은 400여통에 이르는 서한을 통해 남아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보화가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다. 성녀의 영성은 십자가 영성. 그녀의 신비 생활은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는 길이 아니고 가시덤불이 가로놓인 험악한 길이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루카 9, 23) 하신 주님의 말씀을 따라 고행, 겸손, 희생 등을 사랑했다. 임종이 임박하자 그녀는 주님과 영원한 일치를 할 기회가 왔음을 기뻐하며, 몇 번이나 “주님! 저는 거룩한 교회의 딸입니다”를 거듭 외치고 숨을 거뒀다. 이밖에도 사람들은 ‘20세기 영혼의 심층 영성’을 알기를 바랄 때, 토마스 머튼(1915~1968)의 저작물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성의 보화 어떻게 얻나
이 보화들을 ‘내 것’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수그리스도의 고난회 서울 명상의 집 오성균 신부는 “내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길 때 진정한 가톨릭 영성의 깊은 단계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에게 영성훈련은 ‘비움과 채움의 훈련(emptiness and fullness)’ ‘자유인 되기’ ‘존재의 의미를 놓기’ ‘신에게 맡기기’ ‘받아들이기’ ‘믿는 행위’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영성 수련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삶 속에서 평신도가 실천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영성 전문가들은 “축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축구선수가 돼서 축구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영성의 보화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럼 1박2일, 혹은 2박3일, 10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어떻게 영성의 보화들에 접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개개인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하느님 은총에 협력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느님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믿고 의탁하는 것이 평신도 영성생활의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오신부는 “우리는 항상 하느님께 마음을 주지 않고 다른 곳에 마음을 주고 있으면서 은총을 구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 마음을 다오’라고 말하고 있는 하느님께 마음을 주는 과정이 바로 영성의 보화를 얻는 첫 걸음입니다.”
■ 김태건 신부(인천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 원장)
“가슴 속 갈증 채워주는 평화”
“영성 생활은 성인 성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보화입니다.”
김태건 신부는 “피정은 완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시한번 살아보자”는 결심을 가진 부족한 사람들이 겸손히 무릎을 꿇는 것이 바로 피정이고 영성 생활이라는 것.
김신부는 특히 영성을 두고 “현대인들은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데 그 갈증을 해소하고 그 배고픔을 치유하는 보화”라고 해석했다. 이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그 무엇, 그 평화를 얻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신부에게 있어서 이‘영성’은 바로 ‘삶’이다. 영성이 삶과 연관되지 않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삶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다. “가족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가족 안에서 평화를 얻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 점에서 ‘가족 피정’이 중요합니다.”
‘평신도 영성=삶 속에서의 영성’이고 삶 속에서의 영성의 뿌리는 가정이라는 설명이다.
영성생활의 구체적 방법과 관련해 김 신부는 두 가지를 역설을 이야기했다. 수다와 편안함이다. 침묵과 고행이라는 전통적 영성 이해와는 반대된다. 김신부의 설명은 이렇다.
“평신도가 영성을 키울 때 중요한 키워드는 수다입니다. 물론 침묵이 전제되는 수다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들의 만남과 인연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은 말하고 싶어합니다. 또 말하면 대부분 문제가 풀립니다. 피정 등 각종 영성 프로그램을 통해 가슴속에 있는 갈증과 허기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정한 평화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신부는 또 ‘영성’을 두고 대단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영성생활은 대단히 큰 변화나 개벽천지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영성생활은 편안합니다. 잔잔히 하느님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 그리고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평신도 영성 생활입니다.”
사진설명
성 도미니코회 천주의 모친 봉쇄수녀원의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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