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디로 어떻게…
하느님 만나기 전 준비하자
서울 가락동에 사는 신유희(베로니카.38)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휴가철을 맞아 심신의 휴식과 충전을 위해 가족 피정을 계획했지만 마땅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신씨. 이번 기회에 영적 갈증도 함께 해소하려고 마음먹은 신씨는 결국 피정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내 몸과 마음에 꼭 맞는 피정은 과연 어디 있을까?’하고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피정 안내. 목적·장소·취향에 따른 ‘맞춤 피정가기’가 여기에 있다.
■ 이렇게 시작하자
첫 번째, 계획세우기(몸과 마음의 준비)
피정을 하고자 마음먹었으면 우선 계획을 세워야 한다. 흔히 피정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몸만 간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영성생활을 진보해 나가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이 하기 위한 피정의 목적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몸의 준비를 위해서는 옷차림, 귀중품, 돈 등 사사로운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이들의 피정 참가는 몸과 마음이 따로 행동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몸의 준비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을 구분 지어야 한다.
또 하나 준비할 것은 온전한 마음이다. 일반적으로 피정 참가자들은 피정의 심층적인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얻으려 한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doing’, 즉 무엇을 해야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성균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회 서울 명상의 집)는 “피정 중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많다”며 “마음이 사회에 찌들어 있는 모습, 그 자체로 피정에 참가하기 때문에 피정에서도 사회에서의 삶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결국 피정에 참가하려는 이들은 피정 참가 전 수많은 움켜진 것을 풀어야한다. 그래야만 하느님께 의지해 그분의 삶을 체험하고 그 안에서 평화, 기쁨을 체험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소 선택하기
피정이란 ‘피세정령’(避世靜靈)의 줄임말로 ‘세속을 피해서 영혼을 정화한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피정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기회 중 최상의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장소 선택도 중요하다.
장소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 좋다. 자연이나 주변 환경 등 정말 자신이 쉴 수 있고, 고향에 온 듯 한 느낌을 주는 장소가 최적이다.
■ 자신에게 맞는 피정 선택
이제 피정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자신에게 맞는 피정을 선택해보자.
선택 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피정은 교육이란 선입견을 떨쳐야한다. 모든 피정의 집이 교육만을 하지는 않는다. 쉬운 예로 일반 신자들은 강의를 듣는 것을 피정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는 가르치는 것이다. 신자들이 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선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령피정 등은 오히려 세미나에 가깝다. 즉 기본적인 것에 대한 혼돈을 겪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는 피정을 선택해야 한다.
피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단체 피정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통하여 하는 것이 보통이며, 개인 피정은 묵상과 기도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 피정의 경우, 사제 등 영적 지도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나누고 분석할 수 있다.
현재 여러 수도회와 기관 등에서 평신도들이 피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유한 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개인피정을 알아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회 서울 명상의 집’은 1박 2일, 3박 4일 동안 진행되는 침묵피정을 비롯해 개인, 부부, 성가정, 젊은이 피정 등을 연중으로 마련하고 있다. 충북 ‘두메꽃 피정의 집’은 개인 위주로 신청을 받으며 배론성지와 봉쇄수녀원 체험을 할 수 있다. 상주 사제의 영적상담과 고해성사도 가능하다.
경기도 남양주 ‘성 베네딕토회 요셉 수도원’도 개인피정. 특이할만한 점은 수도자들과 함께 육체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주에 위치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원 피정의 집’ 역시 개인 피정이며 숙소는 1인 1실을 사용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피정 역시 알차다. 부산 올리베따노 수녀원은 ‘해변가족피정’을 마련했다. 바다와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거룩한 독서, 가족 신앙의 시간을 준비했다. 경기 ‘미리내 성지 묵상의 집’은 성가정피정을 하며 참가자들은 가족십계명, 우리집 가훈 등을 통해 가족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충북 청원 ‘엠마우스 피정의 집’은 가족피정시 성무일도 참여가 가능하다.
특색 있는 피정을 준비한 곳도 많다. 부천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피정의 집’은 복음관상기도, 이냐시오식 영신수련피정을 준비했으며, 강원 ‘게세마니 기도의 집’은 6?25사변 이후 평화를 위해 세워진 기도의 집 역사를 바탕으로 십자가의 길을 통해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할 수 있다.
마산 ‘가르멜회 기도의 집’과 ‘엄률 시토회 피정의 집’에서는 수도원 전례에 참석할 수 있으며 경남 삼랑진 ‘오순절 피정의 집’은 인근에 위치한 장애우·노인시설에서 원하는 사람에 한해 자원봉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 ‘빨마 피정의 집’은 순교성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피정, 제주 ‘성 이시돌 피정의 집’은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자연피정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회 서울 명상의 집’은 피정 전에 방향을 제시하고 지도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시행해 알찬 피정을 꾸미기에 적합하다.
피정을 하고자 하는 신자들은 피정 장소를 운영하는 곳마다 운영방침이나 시설, 비용 등에 약간씩 차이가 있으므로 피정 장소를 선택하기 전,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피정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가급적 어떤 형태의 피정이든 침묵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묵은 자기 자신의 내면과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최금자 수녀(성심수녀회 예수마음 배움터)는 피정 참가를 원하는 신자들에게 “우선 짧은 기간의 피정에 맛을 들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본인의 영성생활을 진보시키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신자들이 피정에 참여한다면 피정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바른 피정을 위한 십계명
1. 한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 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3. 피정기간을 거룩히 지내라
4. 불편한 옷차림을 하지 마라
5. 시간을 죽이지 마라
6. 시계를 가져가지 마라
7. 돈을 가져가지 마라
8. 뭘 하려고 하지 마라
9. 남의 피정 행위를 탐내지 마라
10. 남의 핸드폰을 탐내지 마라
[전국 피정의 집 안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회 서울 명상의 집 (02-990-1004, 2004) 북한산 자락에 위치. 침묵(1박2일, 3박4일), 부부, 성가정, 젊은이, 개인 피정 등 다양.
·서울 삼성산 피정의 집 (02-874-6346) 개인, 단체 피정 가능.
·경기 성심수녀회 예수마음 배움터 (031-946-2337~8) 예수마음 기도 영성수련(2박 3일, 4박 5일 등 다양), 이냐시오 영성수련 등.
·경기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031-527-8115) 주로 개인피정. 수도자와 함께하는 육체노동 가능. 참기비는 형편에 맞게.
·인천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 032-465-0835 숙식 무료.
·부산 올리베따노 수녀원 (051-753-5744, 5745) 해변가족피정으로 거룩한 독서 피정 마련.
·강원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피정의 집 (033-343-0201) 산속에 위치, 넉넉한 자연환경.
·강원 게세마니 기도의 집 (033-461-4243) 주변이 소양호로 둘러싸임. 평화를 구하는 기도 가능.
·강원 두메꽃 피정의 집 (043-651-7523) 개인피정. 봉쇄수녀원 체험.
·청주 엠마우스 피정의 집 (043-260-1638, 1640) 조용한 분위기, 명상에 적합.
·경기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피정의 집 (032-657-1150) 1:1 면담 가능. 복음관상기도, 이냐시오식 영신수련피정.
·대구 연화리 피정의 집 (054-973-4835, 5439) 대구 포교 성베네딕토 수녀회 운영. 기도에 적합.
·부산 성분도 명상의 집 (051-582-4573) 성 베네딕토 왜관 수도원 운영. 황토방 마련.
·부산 빨마 피정의 집 (051-582-4997) 자연묵상, 순교성인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음.
·마산 가르멜회 기도의 집 (055-271-1708) 수도원 전례 참석 가능. 남해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다움.
·마산 엄률 시토회 피정의 집 (055-222-3801) 침묵피정. 수도원 전례에 참석 가능.
·제주 성이시돌피정의 집 (064-796-4181~2) 자연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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