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영어교육 봉사“주님이 이끄는 길이죠”
【몽골=유재우 기자】
몰랐다. 한국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곳의 원주민이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몽골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혜진(마리아.21.미국 노트르담대학)양.
“가족이에요. 이곳에 머물고 있는 ‘우리’ 애들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죠.”
한양이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2004년 8월. 1년 휴학하기로 결정하고 여행을 가려고 했단다.
“어머니가 그럴려면 6개월은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영어 교육 봉사자로 이곳에 왔죠.”
녹록치 않았다. 편한 환경에서만 자라온 그녀에게 몽골이란 낯선 땅은 최악이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물이 잘 안 나와 씻지도 못하고 뜨거운 물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숙소요? 말도 마세요.”
첫날, 어머니가 미국에서 안부전화를 했을 때 바로 ‘데려가 달라’고 말할 정도였단다. 그러나 1주일 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어머니 안부전화에 ‘살만하다’고 말했어요. 3주 후에는 ‘집에 안갈거야’라고 답했죠. 모르겠어요. 그냥 이곳이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영어 교육뿐만이 아니라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전반에 걸친 일을 돕게됐다. 한마디로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서 현지 청소년 사목을 하고 있는 이호열 신부의 일급 도우미가 된 것.
이후 한양은 90일간의 비자 기간이 만료돼 여행을 떠났다. 태국에 갔을 때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가, 인도에서는 ‘마더 데레사의 집’에서, 캄보디아에서도 역시 봉사. 말이 여행이지 봉사활동 그 자체였다.
그 후 거주지인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간 한양. 삶이 너무 편해서 짜증이 났다. “따뜻한 물도 펑펑 나오고 갑자기 부족함을 못 느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몽골 아이들이 떠올랐다. 내년에 또 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베이비시터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모았다.
1년간 돈을 모은 그녀는 2005년 여름 또 다시 돈보스코 청소년센터를 찾았다. “걱정했어요. ‘그대로 있을까’, ‘아이들이 날 잊지 않았을까’하면서요.” 하지만 몽골 아이들은 한양을 가슴으로 맞았다. “저에게는 이곳이 가족보다 더 소중해요. 삶의 전환점이 된 곳이죠.”
한양은 처음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 왔을 때 이호열 신부가 한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제가 이곳에서 더 많이 받을 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딱 맞는 말이에요..”
한양은 8월 4일에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버지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근데 모르죠”라며 수줍게 웃는다.
몽골에서 받은 선물이 또 하나 있다고 말했다. “주님이 항상 곁에 계셨던 거 같아요. 바람, 구름에도 계시고 그 가운데서 절 이끌어주세요. 그 이끎에 제가 지금 이곳에 있죠.”
6개 국어를 구사하는 한양은 앞으로 방송국 PD나 국제 봉사자로 활동하고 싶단다. 내년 여름에는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올 예정이라는 한양.이유를 묻자 한양은 “인턴십받으면 돈 주잖아요. 또 몽골 와야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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