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주님과 대화하며 살아
사람들은 날보고 연기생활을 오래했으니 노하우도 풍성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연기라는 것은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이 노력해야한다. 늘 신인 때와 똑같이 노력해야 살아남는다. 첫째 노력이고, 또 건강해야하고, 열심해야 하고, 오기도 있어야한다. 평생 연구하고 노력해야하는 일이다.
나도 요즘에도 대사가 입에 붙기까지는 잠도 안자고 한소리 또하고 한소리 또하고…. 녹화할 때면 입이 말라 물을 커다란 패트병으로 가져다놓고 마셔야한다. 대본을 하도 봐서 솔직히 책보는 것은 진저리가 날 정도다.
대본을 외우느라 집중할 때면 아주 머리가 뜨끈뜨끈하고 쥐가 날 듯 해 꼭 치매라도 걸릴 것 같이 힘들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내가 대본 외우느라 머리를 많이 써서 치매는 안걸릴 것이라고 대답하며 웃는다.
그래도 길을 오가다 나를 보며 ‘어머 청자 엄마다’ ‘욕쟁이 할머니다’ ‘아, 연기 잘하시는 분’ 이렇게 말씀해주실 때면 감사함만이 넘친다.
하느님 덕분에 아직도 신나게 배우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주일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그동안 주일 만큼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라고 기도도 많이 했다. 내가 능력이 되어야 다른 스케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늘 내가 주일이면 마음대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내가 가진 가장 큰 ‘권력’은 바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권력’ 뿐이다.
화살기도 자연스럽게 나와
나는 일상에서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을 오갈 때도 하느님 아버지께 인사드리지 않으면 허전하다. 미사참례도 중요하지만 성당 밖에서 하느님과 대화할 일이 훨씬 많다. 화살기도는 내 입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붙어버렸다.
최근엔 운전을 하다가 성질이 사나워지고 욕이 툭툭 튀어나올 때가 많다. 그러면 순간 나도 깜짝 놀라 ‘아이고 아버지 제가 또 욕했어요.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난 왜이러죠’ 하며 용서를 빈다.
하느님께 늘 ‘주십시오 주십시오’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맛을 보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릴 수 있어야한다. 나는 확신한다. 내 스스로 이래저래 필요하다고 계산해놓으면 하느님께서는 ‘니가 알아서해라’ 하시지만, 내가 다 내어드리면 당신이 알아서 해주신다.
성당 갈 꽃단장
신자로서 특히 기쁜 일은 늘 좋은 신부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방 녹화 때도 기억에 남는, 의미깊은 강론을 주시는 많은 신부님들을 많이 만나왔다. 주일이면 나는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강론을 적는다. 그 좋은 말씀을 한번 듣고 잊어먹기엔 너무 아까워서다. 신부님께서 강론할 때 딴 짓을 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는데, 강론 때 만큼은 귀기울여 듣길 기대한다.
또 신자들은 어떤 신부님을 미워해서, 어떤 형제자매님을 미워해서 성당에 안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런 사람은 진짜 바보다. 마귀가 제일 좋아하는 짓이다.
성당에 가는 것은 하느님을 위해서도 아니다. 바로 나를 위해, 하느님이 보고싶어 가는 것이다.
하느님은 내가 좀더 지혜롭게 살 수 있도록 늘 이끌어주신다. 내겐 더더욱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만 남았다.
내일 모레면 또 주일이다. 내일은 목욕탕에 가서 몸때도 마음때도 빡빡 벗기고 성당에 갈 꽃단장을 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