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며 찾는 사랑방 됐죠”
돌보지 않아 잡초 우거진 공소
담 허물고 열린 공간으로 활짝
경남 밀양시 상남면 외산리는 밀양, 삼랑진, 수산을 삼각형으로 하는 트라이앵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부산, 대구, 마산으로부터 고작 삼 사십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됐다.
그동안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산을 뚫고 강을 건너 새 길을 닦는 동안 1962년 10월 3일 설립된 밀양 예림본당 외산공소도 담을 헐고 리모델링을 거쳐 문을 활짝 열었다.
부지 485평 규모의 외산공소는 당시 10여 명의 공소신자들이 직접 찍은 블록으로 집을 지었는데 4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잡초 우거진 폐가처럼 버려져 있었다. 지난 2004년 10월 7일 서정웅 신부가 예림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하고 그 다음날 외산공소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신자들과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서정웅 신부는 외산공소를 마을주민들에게 쉼터로 제공하는 한편 선교의 장소로 활용했으면 하는 신자들의 속내를 읽어내고는 맞장구를 쳤다.
장말자(루시아) 공소회장은 평소 동생처럼 지내는 하헬레나 자매와 함께 공소 리모델링에 앞장서며 신자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먼저 예림본당의 40대 신자 20여명으로 구성된 예사모(예림본당을 사랑하는 신자들의 모임) 회원들은 주일 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중기를 운전하는 등 봉사에 나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가톨릭 기사회 회원 17명도 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부터 건물도색을 맡아 값진 땀을 흘리기도 했다. 게다가 서정웅 신부가 교통사고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전액을 공사비에 내놓으면서 공사는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4일 공소단장이 무사히 끝나고 치른 축복식 때에는 신자들을 비롯한 마을주민 220여명이 한바탕 마을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오늘날 외산공소가 이같은 저력을 발휘하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방지거 회장 때 철야기도와 성시간을 통해 공소공동체의 영성이 들불처럼 일면서 신자가정에서는 밥을 지을 때마다 쌀 한 줌씩을 모아 한달이면 한 가마니의 쌀을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도 나이든 신자들은 그 때를 회상하며 “제비가 먹이를 물어 나르듯 고작 5명의 공소신자가 60명으로 늘어났었다”
고 당시를 못잊어 했다. 지금도 신자들은 “선종하신 손덕만 신부님이 밀양본당 주임으로 계실 때 판공 때면 하룻밤을 뜬 눈으로 신앙상담에 응해주시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외롭고 힘겹게 외산공소를 지켜온 제9대 장루시아 회장은 “성모님의 도우심과 열일 제쳐두고 달려오셨던 은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감사해 하며 “외산공소는 앞으로 동네 어르신을 비롯한 마을주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과 신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가꾸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녹음 짙은 밀양 백련산 자락의 외산공소는 신앙생활의 변화를 체험하는 현장으로서 믿음의 안식처로 새롭게 자리잡아 갈 것이다.
사진설명
▶예림본당 주임 서정웅 신부와 공소신자들이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소 마당에 정자를 세우고 있다.
▶봉사자들이 공소를 단장하고 있다.
기사입력일 : 200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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