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 자르고, 툭툭 박으며 굵은 땀방울로 사랑꽃 피워
몽골=유재우 기자
7월 1일. 몽골 울란바타르 칭기즈 칸 국제공항. 혈기로 가득한 20대 청년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곧 있으면 몽골을 떠나는 청년들. 그들의 얼굴에서 ‘되돌아가고 싶다’는 표정이 쉽게 읽혔다.
서울 개포동본당(주임 염수의 신부) 청년봉사단은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7박8일간 ‘몽골 돈보스코 청소년센터’(Don Bosco Youth Center)에서 봉사활동을 가졌다.
봉사활동에는 본당 청년 19명과 일원동·역삼동본당 청년 5명 등 총 2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봉사활동 기간 동안 몽골 어린이들을 위한 겨울용 놀이공간 짓기 작업을 했다.
몽골에 도착한 첫날, 청년들이 기도방으로 모였다. 이들은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서 현지 청소년 사목을 하고 있는 이호열 신부의 작업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24명의 청년들이 목재 자르기, 목재 운송, 못 박기, 목재 사이 패드 끼우기 등 총 4개조로 나뉘었다.
이튿날, 작업이 시작됐다. 만만치 않았다. 경험도 없을 뿐더러 전기톱, 망치 등 낯선 도구를 통한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보다 못한 청년분과장 이상욱(베드로)씨가 나섰다. “짧은 기간 열심히 작업해야 외벽이라도 쌓는다.”
청년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기톱을 처음 만져본 김용재(프란치스코.25)씨도 집중해서 목재를 자르고 청년회장 오정민(라파엘라.25)씨도 목재 치수 재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새 3단 높이까지 올라간 외벽. 이런 추세라면 작업 기간 내 지붕까지 만들 수 있을 듯했다. 그때 이호열 신부가 한마디 했다. “치수가 하나도 안 맞는데… 새로 올려야겠다.”
‘처음부터 다시라니…’ 모두들 기운이 빠진 그때, 몽골아이들이 어느새 청년들 틈에 서 작업을 돕는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공동 작업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그들. 작업장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청년들은 날이 갈수록 각자 작업에 있어 전문가가 되었다. 어느덧 작업 5일째, 지붕만 덮으면 될 정도로 외벽이 올라갔다. “아…다 짓고 가면 좋은데.” 청년들 모두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남은 일정은 몽골 아이들과의 시간. 청년들이 미술, 오카리나, 춤, 한국어 등 4개조로 나뉘어 몽골 아이들에게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청년들이 전하는 따스한 손길에 몽골 아이들도 맑은 눈빛으로 답했다. 6월 31일 밤, 장기자랑 시간이 열렸다.
몽골아이들이 그간 배운 미술, 오카리나, 춤, 한국어 실력을 선보이고 청년들은 탈춤과 꼭짓점 댄스 등으로 화답했다. 어느새 이들은 주님 안에 사랑을 느끼는 한 가족이 됐다.
특히 봉사활동 기간 동안 ‘마니또’(수호천사, 비밀친구라는 의미)로 하나가 된 이들은 내일이면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서로 꼭 안으며 눈물을 내보였다.
떠나는 날, 공항으로 가는 차안. 청년들 모두 창밖을 보며 가슴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하이라~ 호와차카찰~ 보르항~ 텐드 비~.”(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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