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노트는 가장 소중한 보물”
마산교구의 한 할머니가 16권의 노트에 신구약 성경을 완필했다. 이게 무슨 뉴스거리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마산교구에는 교구설정 40주년 기념사업인 ‘성서 읽고 쓰기’에 적극 동참하며 신구약 성경을 완필한 신자들이 많다.
하지만 한글도 못 깨우친 할머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할머니는 무려 2년 5개월동안 하루 10시간씩 성경을 필사했다. 일반 신자들의 경우 대략 1년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두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글을 알고 쓴 것이 아니니 그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장성조(마우라.72.마산 산호동본당) 할머니. 그의 필사 노트를 보면 얼마나 정성을 들여 적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장할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고 이름 석자를 알기 위해 길거리 간판을 보고 배워야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선물로 받은 필사 노트 한권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구요. 그렇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구약 성경을 완필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이것이 주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고통의 여정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장시간 책상에 앉아 모르는 한글을 쓸려고 하니 온몸이 욱씬거렸다. 처음 한 페이지를 적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10시간씩 필사를 해도 2장을 쓰지 못했다고. 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장할머니는 성경필사에 흠뻑 빠져 때론 점심도 거르며 즐겁게 하느님의 말씀을 적어 내려갔다. 그 덕분에 받침이 있는 글자는 아직도 어렵지만 어느 정도 한글을 깨우치게 됐다.
“그동안 살아 오면서 이처럼 신명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몸은 힘들어도 하느님 말씀을 적고 새기는 일이라 생각하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 90세 노모와 살고 있는 장성조 할머니. 젊었을 때는 먹고살기 힘들어 죽기살기로 생업에 매달려야 했다. 그래서 10여년전에야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 장할머니는 좋으신 하느님의 사랑을 늦은 나이에 알게 된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성경필사 노트입니다. 사랑이신 아버지 하느님께서 제 꿈을 이루어주셨습니다. ”
사진설명
문맹자인 장성조 할머니(왼쪽)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 바로 성경필사 노트라고 말했다. 90세 노모와 자신의 필사노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