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을 향한 쉼없는 여정”
사실주의 시각서 사회모순 꼬집어
‘전쟁과 평화’등 걸출한 작품 펴내
“그가 <부활> 이외에 다른 아무 작품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를 대작가로 인정하는데 손색이 없을 만큼 이 작품은 고귀하고도 절대적인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국경 넘어선 보편성 다뤄
러시아의 사상가 끄로뽀뜨낀이 톨스토이의 만년의 걸작 <부활>을 두고 한 말이다. 70세의 노작가는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쓴 뒤 종교와 도덕 문제에 몰두해 오랫 동안 소설 창작을 멈추고 있었기에 그에게서 또 다시 <부활>과 같은 대작이 나올 것을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만년의 온갖 예술적 노력을 이 한 편에 기울였다고 할만한 이 소설은 한 귀족 청년과 창녀의 넋이 갱생하는 과정을 주제로 삼아 작가의 사상과 정신, 종교와 예술의 일체를 구현하고 결정한 것이다. 비록 그 무대는 러시아였지만 그가 관심을 기울였던 문제들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관심사였고, 현대 문명에 대한 일대 비평이었으며, 현사회의 허위와 위선에 대한 도전이자 인간 생활의 죄악에 대한 죽음의 선고였다.
“이 작품은 세기의 양심의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는 로망 롤랑의 말은 현대 사회의 밑바닥에 숨어있는 무서운 죄악들의 원인을 불완전한 사회 조직과 불합리한 제도에 있다고 보는 톨스토이의 목소리를 적절하게 파악한 것이다.
톨스토이가 역설하는 죄악의 원인은 권력자에게 필요한 법률, 부자에게 유리한 경제, 생명 없는 종교, 껍데기뿐인 윤리들이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건전한 인간을 얼마나 치명적으로 좀먹어가는가를 명확하게 폭로한다.
더욱이 이는 한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만인에게 똑같이 호소되는 것이기에 그의 작품은 보편성을 지닌다.
현 시대상 그려낸 걸작들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는 <부활>과 함께 그의 3대 걸작의 하나로 꼽히는 또 다른 작품들이다. 무려 7년여에 걸쳐 완성한 <전쟁과 평화>는 1805년에서 1814년 사이에 벌어진 러시아 5대 귀족 가문의 역사를 서술하며,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이다. 무려 6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해 생로병사, 희로애락 등 인간 삶의 모든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역사가 한 두명의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수한 국민들의 정신에 의해 이끌린다는 그의 특유한 역사관을 드러낸다.
<안나 까레리나>는 한 여인의 사랑과 가정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농노제 폐지 이후 러시아 귀족 사회의 한 단면을 반영한다. 그 외에도 그의 작품들 중에는 고전으로 손꼽히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많다.
정신적 자기 완성 강조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며 종교가로도 불린 톨스토이(Tolstoy, Lev Nikolayevich, 1828~1910)는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함께 러시아 사실주의의 3대 문호로 꼽힌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약 200km 가량 떨어진 툴라시에 있는 영지 야스나야폴랴나에서 유서깊은 백작 가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친척들에 의해 양육된 그는 1844년 카잔 대학교의 동방학부에 입학했으나 흥미를 잃어 대학을 그만두고 귀향한 그는 1851년 형이 복무 중이던 카프카스로 떠나 군사학교를 마치고 포병장교가 되어 다뉴브 전선과 크림 전쟁에 참전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다. 그의 본격적인 창작 생활은 바로 이때, 군생활 중에 시작됐다.
1856년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머물다가 이듬해 유럽을 둘러본 후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한다. 1862년 결혼한 그는 비교적 평온한 생활 속에서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를 발표했다.
1870년대 중반 이후 톨스토이는 이른바 ‘회심’의 시기를 맞는다. 매년 겨울을 모스크바에서 보내던 그는 상류층과 빈민층 사이의 극심한 모순을 목격하게 되고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격렬한 저항심을 보인다.
불공평한 사회, 억압과 착취, 폭력, 군대, 교회, 당대의 예술들을 부정하면서 그는 오직 서민들의 삶에서 보편적 이상이 있다고 보았으며 그의 도덕과 철학적 가르침의 원칙은 폭력으로 악을 갚지 않는다는 것과, 정신적인 자기 완성, 그리고 검소한 삶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자신의 원칙들을 그의 책 <교의신학연구>, <참회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장편 <부활> 등을 통해 피력했고, 인류의 양심으로 추앙받게 됐다.
루소 이후 도덕적 저술로 인간 양심을 흔들어놓은 톨스토이에게 있어서 참된 인생은 선(善)을 위한 노력에 있었다.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각자 자기 안에 간직하고 있는 이성과 신의 활동인 사랑을 통해 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해나가려는 노력을 그는 인생이라고 불렀다. 그는 인간은 결코 자신만을 위해 살아서는 안되며, 인류 전체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살아갈 때 참행복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기조로 한 예술에서 출발해 종교에 몰입한 작가 톨스토이. 그는 대문호인 동시에 사상가이며 종교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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