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 한장 색유리 이어붙이듯 마음녹여 붙이는 행복 전령사
도곡동·태릉·어양동성당 작업
신자 모델 삼아 태안성당서도
일반인들이 예술가들에 대해 갖는 상념 한 가지. ‘예술가는 오만하고 그의 행위는 독선적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손승희(손소벽 막달레나.38)씨. 일반인들에게 더욱 낯선 스테인드글라스를 다루는 장르이기에 더욱 오만의 냄새가 날 법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그런 자취마저 찾을 수 없다.
1992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조각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그의 내면 한 곳에도 여느 예술가처럼 자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있는 박물관과도 같은 이탈리아에서의 유학 생활은 그를 자연스럽게 종교적인 삶에로 이끌었다. 그래서 유학 이듬해 세례를 받고 주님의 품으로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전공과도 달리 로마 한인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자신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오만의 찌꺼기를 씻어버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전혀 다른 예술 장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신을 찾아가던 그 때의 체험은 그를 타인을 이해하는 진정한 예술가로 만들었다.
“제게 다가온 신앙도 예술 활동도 높게만 느껴지던 벽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자 그 벽들이 벽으로만 느껴지지 않고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은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손씨에게는 유독 초대전과 그룹전 경력이 많다. 유학시절이던 1995년부터 매년 서너 차례 이상 전시회를 가져오고 있는 내력은 함께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의 장점을 읽게 해준다. 그에게 작업은 ‘나눔’의 장이자 ‘함께함’의 장인 셈이다.
1998년 귀국 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성당을 비롯해 태릉성당 등 수도권은 물론 전주교구 어양동성당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신자공동체의 뜻과 의지를 잘 살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또 하나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주 전동성당을 본떠 지어지고 있는 대전교구 태안성당의 창을 묵주기도 20단을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설치하려는 기획이 그것이다. 특별히 그의 작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작품이 기존의 성화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 신자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올 초부터 태안을 수십 차례 오가며 직접 콘티 작업부터 소품 제작, 연출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우리의 가족, 이웃이 몸소 모델이 되고 자신의 성당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지요.”
손씨가 직접 마련한 의상을 입고 촬영에 임하는 신자들의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다.
“작업을 하며 행복하고 저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것 같습니다.” 유리를 이어 붙이듯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 붙이며 행복의 전령이 되고 있는 손씨. 그는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사랑의 성을 쌓아가는 참 예술가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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