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평화의 땅 함께 만들자”
이권다툼에 무죄한 시민 희생은 안돼
교황청, 분쟁지역에 긴급구호금 전달
【외신종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장기화되고 있는 레바논 사태와 관련해 7월 23일을 회개와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도록 요청하는 등 중동의 평화를 위해 모든 이들이 노력해줄 것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교황은 중동 지역의 이번 분쟁 사태를 신속하게 중지시키도록 하기 위한 정전 협상에 분쟁 당사국들이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날 레스 콤베스에서 가진 삼종기도 자리에서 이같이 호소하고, 분쟁 당사국들을 향해 “즉각적인 정전 협상 재개”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교황청은 지난 20일 간단한 성명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동 평화를 위한 회개와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낼 것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 요청은 전세계 가톨릭 교회 뿐만 아니라 개신교와 성공회, 정교회 등 모든 그리스도교 종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특히 “레바논 국민들의 정당한 통치권, 이스라엘이 자기 영토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 그리고 팔레스타인들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국권”에 대해 다시 확인하는 한편 모든 무죄한 시민들이 부당하게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세계교회에 도움 호소
교황청은 이번 사태로 인해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내어줄 것을 전세계 가톨릭교회에 호소했다.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는 그 일환으로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분쟁으로 인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긴급 구호 자금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원조금의 액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10만불 가량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금은 레바논 카리타스가 추진하고 있는 구호 계획에 활용될 예정으로 특히 매트리스나 식수, 식량, 전기시설과 의약품 등의 확보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자렛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지역과 레바논 지역의 6만 가구에 집중되는 이 기금은 노인과 어린이들 취약 계층의 안전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의 멜카이트 전례 아코(ACCO) 대교구장인 엘리아스 차쿠르 대주교는 7월 21일 긴급 구조신호를 보냈다. 차쿠르 대주교는 “갈릴리 지역 전체가 완전히 마비돼 사람들은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도착하는 것은 물자가 아니라 로켓 뿐”이라며 “여러 마을에서 사람들이 직접 간접으로 공격을 받았고 일부는 병원으로 호송됐다”고 말했다.
성지 모독행위 비난
교황청은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해 성지를 모독하는 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간절하게 요청했다. 교황청의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최근호에서 이같은 실태에 대해 지적하고 “생명을 해치고, 군인과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말씀이 사람이 되신 성지를 파괴하고 모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이어 “이러한 모독 행위를 저지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국제 사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19일자에서 최근 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성지의 어린이들이라고 지적하고 레바논과 가자 지구의 일부 지역에서는 희생자의 절반이 어린이들로서 이들은 부상 후에도 의약품과 식량, 식수 등이 부족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유엔 노력 촉구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은 유엔에 대해 “중동 지역에서의 대화를 증진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마르티노 추기경은 7월 18일 바티칸라디오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 특히 유엔은 대화와 평화를 증진하고 이 지역 안에서 법에 따라 모든 일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기경은 특히 “이 지역에서의 안보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단지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테러 행위 뿐만 아니라 테러에 대해서 또 다른 폭력으로 맞서는 일은 법의 침해이며 정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까지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G8 정상회담 결의 지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최근 G8 정상들이 발표한 성명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고 모든 신자들이 평화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7월 18일 요청했다. G8 정상들은 지난 7월 16일 러시아 성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헤즈볼라에 무장 분쟁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국제 카리타스 지원 나서
도로 끊어져 의약품 식량 전달 힘들어
【로마 외신종합】 국제 카리타스는 최근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 가열로 인해 이 지역에서의 긴급 구호와 인도주의적 원조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카리타스는 현재 식량과 의약품, 우유와 유아용품 등을 약 2만5천여명의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이 구호품들은 대부분 이슬람 신자들에게로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수와 식량을 운송하는 트럭들은 레바논 각 지역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들은 무장 분쟁으로 인한 희생자들에 대해 긴급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들의 운송로가 확보되지 않은 곳이 많은 등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레바논 카리타스의 루이스 사마하 신부는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카리타스 구호팀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라며 “그들과 아무런 연락할 방법이 없고, 다리와 도로가 끊어져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들이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레바논에서는 약 50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집을 버리고 떠났으며 많은 이들이 학교나 수도원, 공공 건물 안에 피신하고 있다. 일부는 친척이나 친구들 집에 머물고 있는데, 약 1만8천명이 요르단 국경을 넘어 피신한 상태이다.
가자 지구에서도 상황은 똑같이 심각하다.
가자의 한 본당 주임인 마누엘 무살람 신부는 “우리는 식량도 식수도 없고 전등이나 양초, 의약품도 전혀 없다”며 “폭격으로 인해 발전소도 파괴돼 식량을 보관할 수도 없고 식수를 퍼올릴 펌프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자 지역의 카리타스 의료센터는 현재 부상자와 노약자들을 돌보고 있는데, 이곳의 책임자인 반달리 엘 사이씨는 “석유 없이는 이동 수단을 확보할 수 없다”며 그 때문에 “보살핌을 받아야 할 환자가 이곳으로 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카리타스는 최우선적으로 식량을 나눠주고 있는데,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 체제를 유지하면서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기 위한 구호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설명
▶이스라엘군이 7월 20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역의 한 이스라엘 마을에서 부상자들을 후송하고 있다.(CNS)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 위치한 한 성당의 부속 유치원에서 난민 어린이들이 전투기 등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CNS)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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