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신앙 안에서 스트레스 날리며 휴(休)~
5개월여의 준비기간. 100여 차례의 회의. 동원한 봉사인력 100여명. 끝없이 계속된 점검과 또 점검….
드물다. 한 본당이 한 행사를 위해 이렇게 전 역량을 쏟아 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 고척동본당(주임 김정남 신부)이 그 일을 해냈다. 그리고 ‘일치’와 ‘소공동체 활성화’라는 소중한 열매를 얻었다.
‘전 신자 여름캠프’(8월 3~5일,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는 당초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 세태에서 신청가족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또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을 한 캠프로 묶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상황은 달라졌다. 예상외로 1000여명의 신자들이 참가 신청서를 낸 것. 신앙 안에서의 가족 휴가를 결심한 중년 가장, 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던 홀몸노인, 고난을 딛고 새 출발하려는 여성 가장, 세례 받은지 한 달도 채 안된 새내기 신자 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이 ‘너도나도’ 신청했다. 이동에만 대형버스 50여대가 동원됐다.
처음에는 서먹해 하며 ‘가족끼리’ 움직이던 참가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기왓장을 깨트리며 스트레스를 날렸고, 훌라후프를 돌리며 함께 웃었고, 전나무 아래 간이 카페에서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얼굴 처음 본 신앙 형제 자매와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 실력을 뽐내고 영화도 보고, 등산도 하고 삼림욕도하고 숯가마에서 땀도 뺐다. 그리고 함께 야외에서 음악 미사를 봉헌하며 성체를 모셨다.
유성종(요셉.68) 19구역장은 “얼굴도 잘 모르고 지내던 신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일치가 저절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현우(도미니코.49)씨는 “가족끼리 여행 보다 정말 편안하고 좋다. 뜻깊은 신앙 휴가였다. 내년에도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숙(사비나) 전례분과장과 장효희(바오로.28) 행사 기획담당은 “본당 각 단체들이 힘모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본당 일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가족의 일치가 반의 일치로, 또 구역과 본당 전체의 일치로 확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곽암부(아브라함.64) 사목회장이 캠프를 정리했다.
“부모 자식이 얼굴 볼 시간이 없고, 계층간 갈등이 심한 현 세태에서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한 신앙 안에서 함께 캠프하며 일치를 다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자 축복입니다.”
사진설명
▶고척동본당 신자들이 OX 퀴즈 패자 부활전에 오르기 위해 수박빨리먹기(맨위), 훌라후프 오래돌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고척동본당 김정남 주임신부가 캠프 봉사자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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