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는 권위로서 받아들여야”
‘권위’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또는 타인을 통솔하여 따르게 함으로써 그 가치의 우위성을 공인시키는 능력 또는 위력이다. 또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정당성을 획득한 권력’이다.
권위는 부정적?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에는 ‘권위’라는 단어자체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붙여지는 경향이 있다. ‘권위’라는 낱말은 무언가 낡고 시대착오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 인식되고, 때로, ‘권위주의’와 혼동되기도 하는 부담스러운 단어가 되어버렸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평을 듣는다면, ‘권위가 있다’라는 말 대신,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다, 친근하고, 친밀감을 준다’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이런 변화는 이미지로 표현되는 경우에도 자주 나타나는데, 권위를 나타내는 근엄한 얼굴대신 웃는 얼굴, 친근한 얼굴, 동글동글하게 희화한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경찰서 앞에도 시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차원을 강조한 ‘포돌이’라는 귀여운 마스코트를 볼 수 있다.
종교미술에서도 이런 양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던 상징들, 의복이나 장식 등이 점차로 사라지고, 예수님의 얼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경우도,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대신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부터 수염 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얼굴까지 만날 수 있다.
또 지난해 부처님 오신 날 서울 중심가를 장식했던 코끼리상 위에도 만지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어린 석가모니상이 자리했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혹자는 종교와 일반인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종교미술의 세속화라고 염려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가 ‘권위’라는 단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변화나 어떠어떠한 이미지로의 표현상의 변화가 바람직한 일이라거나 혹은 나쁘다거나 하는 평가를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세속 잣대로 폄하 안돼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 자리잡은 또 다른 양상으로서, ‘권위’에 대한 정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권위를 권위로서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믿었던 정치인, 과학자들이 보여준 씁쓸한 행태에 대한 실망 등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리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은 이미 도를 넘어선 듯하고, 이런 사회분위기에서는 권위를 내세운다는 것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신자들의 경우를 보면, ‘한마음 한몸’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똑 같은 능력을 가지고 같은 지위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교회 내 각 지체들의 역할과 본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자주 혼란스러워 하는 듯 보인다.
우리는 성직자에 대해 조건없는 존경과 신뢰를 보내고 모든 언행의 권위를 인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속적인 잣대를 들이대 그들을 평가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권위를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하잘것없는 인간의 능력 정도로 폄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마다 그 가르침에 경탄하여 마지않았다(루카 4, 32)’라는 구절을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조수정(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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