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진행 애정 갖고 최선
나는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했었다. 결과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대학 입시 실패는 내게 처음 절망을 안겨줬었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늘 성실했는데, 내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처음으로 번민이 찾아왔다.
원하는 학교와 학과 대신, 나는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가게 됐다. 늘 함께 다니던 친구는 신문방송학과엘 들어갔고, 지금도 일간지 정치부 기자를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늘 우리의 운명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처럼 동경했던 대학 시절이 큰 의미없이 시작됐다. 입학 후에도 한동안은 학교엘 잘 나가지 않았다. 내가 있어야할 곳은, 내가 할 공부는 이게 아닌 거 같았다. 때문에 매일같이 다른 학교에 입학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곤 했다. 명동성당을 오갈 때마다 홀로 들어가 울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성당이었다.
조금은 우습게 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동경하면서 그렇게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연극영화학과에서 나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재능들과, 온갖 사연을 가진 인생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며, 우물안 개구리가 밖으로 나온 것처럼 많은 경험을 갖게 됐다.
그래도 나에게는 별로 끼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도 않았었다. 그저 학생으로서 열심히 배우고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그런데 우연히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영화에 캐스팅이 되었다. 첫 영화 ‘수탉’에서의 연기로 90년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난 연기 등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얼굴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 초대받아 나가고 인터뷰를 하다보니, PD들이 나에게 ‘말을 참 잘한다’는 평을 종종 주곤 했다.
그즈음에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뽀미언니를 맡게 됐다. 내 성격 그대로 활발하게 어린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참 좋은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일부러 꾸며 연기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방송진행에는 더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라디오 진행에 애정을 갖고 매달리게 됐다.
라디오방송을 진행하면서, 나는 조금 돌아서 오긴 했지만 원래의 내 길을 찾은 듯 했다. 연기를 하면서는 어쩐지 어색하고 낯설었다. 배우라는 화려한 삶도 나는 꿈꾸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내 연기력을 아까워하는 목소리들도 있었지만 나는 방송진행에 더욱 열심했다.
연기가 아닌 방송진행을 하면서 내 삶은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뽀미언니 시절, 바로 남편을 만난 것이다. 나는 남편이 너무 좋았고, ‘이 사람이다’ 싶어 결혼까지도 생각했었다.
대학시절, 나는 한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은 돌아보지 않는 성격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연극에 몰입하고 그렇게 일상을 지내왔었다. 그러다보니 그 흔한 미팅한번 못해봤다. 우리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그 해에 소원하던 결혼을 했다. 이제 막 연기자로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창창한데 결혼을 하다니 아깝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누군가는 ‘헛똑똑’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게 다가온 소중한 사랑, 가족을 일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때문에 결혼 후 바로 생긴 아이들도 내겐 너무 소중했고, 다른사람들보다 일찍 엄마가 됐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하며 항상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사진설명
외삼촌인 서울대교구 김충수 신부와 함께. 왼쪽이 최유라씨, 오른쪽이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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