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본질, 영성 안에서 찾자
지난 주 미국에 갔을 때 교수 안식년을 하고 있는 고향 친구를 만났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친구를 반갑게 끌어안고 “그래, 어떻게 지냈냐?”하고 물었다.
친구는 “잘 지냈어”하고 대답하더니, 대뜸 “미국, 참 좋다. 정말로 좋다”라고 말한다. “아이들도 여기를 좋아해?” “아이들이 더 좋아해.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어 해.”
‘학교’ 가장 가기 싫은 곳
공항에서 친구의 집으로 가는 길에 둘째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학교에 들렀다. 교실에서 아이가 이 친구 저 친구를 오가며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온 지 몇 달도 안된 애가 말도 잘하네!”하며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 애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그 친구와 아이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느낌’이다. 느낌이란 부정확할 때가 많지만 늘 정직하다. 그냥 좋은 걸 어쩌겠는가.
아이들이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학교란 여간 부담스런 존재가 아니다. 친구가 있고 배울 수 있어 즐겁고 기다려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학교는 ‘부담스럽고 답답하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청소년 사목 관련 세미나에서 어느 발표자가 “성당에서 ‘주일학교’라고 이름을 붙이면 어떻게 하냐? 청소년들이 세상에서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 ‘학교’인데!”라고 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나의 학생시절을 돌이켜 보면, 학교는 가고 싶기도 하고 가기 싫기도 한 그런 곳이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학교에 대해 갖는 느낌은 이중적이다.
사실은 교육문제에 있어 이중적 태도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교육부는 창의력과 인성을 중시한다면서도, 결국 수험생과 가족들이 대학입시에 올인하게 만든다. 기업은 실력과 도전정신을 우선 보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취업자들이 학력 앞에서 좌절하게 만든다. 부모는 사람 됨됨이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결국 성적 낮은 아이가 부모 앞에서 ‘좋은 자식’이란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해외로 떠나는 아이들
또한 주요 일간신문의 ‘교육 섹션’ 1면에는 ‘홈스쿨링 4년… 혼자 힘으로 ‘영재’된 OOO군’, ‘산촌유학-도시와 시골의 행복한 만남’ 같은 탈(脫)학교형 ‘대안교육’ 기사가 실리는 반면, 이어지는 지면들에는 온통 ‘입시대비법’‘사탐.과탐.외국어 수능 전략’‘초중고 논술마당’ ‘논술내공’ 등 입시관련 기사들로 가득 차 있다. 여전히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외치는 이들은 많지만, 서울에서만 매일 초중고생 18명 꼴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미국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학생의 수는 8만 명으로 세계 1위이다.
교육(敎育), 즉 가르치고 기르는 일이란 모름지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교육이 이랬다 저랬다 하거나 모순적이라면 교육은 결코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무지 좋기도 하고 무지 싫기도 하다” 같은 모순적 감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하루빨리 하나의 마음을 갖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전적인 사랑을 할 수 없다.
이 지면을 통해 세 번에 걸쳐 우리교육에 희망과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고 한다. ‘우리교육, 가톨릭이 대안이다’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소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①가톨릭 대안교육, 가능한가?
②가톨릭 대안교육, 무엇인가?
③가톨릭 대안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학교가 아닌 대안교육이란 점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 이 글은 다른 형태의 학교를 세우자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 그리고 ‘대안(代案)’이란 반드시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것’ 혹은 본질(本質)을 말한다. 이런 시도를 통해 진정한 교육의 길을 가톨릭 깊은 영성 안에서 제안해 보려는 것이다.
최준규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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