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언젠가 나에게 돌아온다
영화 괴물이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매스컴은 괴물의 흥행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 보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환경파괴로 인한 돌연변이가 이 영화의 주인공, 즉 괴물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괴물이 갑자기 한강물을 박차고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영화의 첫 장면은 의외로 미군부대 영안실이다. 싱크대에 포르말린을 쏟아 붓는 첫 장면은 독극물 방류가 결국 괴물을 만들어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괴물은 돌연변이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다르고, 다리도 불쑥 불쑥 몸뚱이 아무데나 튀어나와 있다. 분명 물고기인 것 같은데 원숭이처럼 꼬리를 말아 다리 위에 거꾸로 매달리기도 한다. 게다가 사람까지 먹는다. 먹이사슬이 바뀌어버렸다.
괴물과 꼭 닮은 괴물을 우리는 독극물 방류로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에서 본 적이 있다. 신체 일부가 없거나 너무 많아 사람으로 부르기도 힘든 신생아들의 모습이다.
포르말린이 괴물을 만들어 낼 확률은 극히 낮다는 기사도 등장했다. 그렇다고 포르말린을 한강에 그냥 버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괴물은 언제 어느 때 현실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 482항은 영화 괴물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환경위기는 특히 가장 가난한 사람들(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소시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무력충돌에 휘말려 있거나 강제이민을 당하거나(경찰을 비롯한 정부와 미군에 의해 격리 수용되고 유일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들) 또는 다른 재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경제적 기술적 수단이 없는 사람들(결국 그들은 가족을 찾기 위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대학시절 만들어 봤던 화염병으로 괴물과 맞선다)이기 때문이다’
또 ‘간추린 사회교리’ 467항은 환경 보호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한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환경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요구만이 아니라 미래의 요구까지 확대된다’
한 소시민의 유일한 미래였고 희망이었던 딸이 괴물에게 목숨을 잃고 만 것은 어쩌면 미래 후손에게까지 미칠 환경파괴의 위협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괴물을 보고 나온 우리는 환경에 대해 과연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고 싶다.
영화 속 정부는 오염이 만들어낸 괴물을 방역시스템 ‘에이전트 옐로우’(Agent Yellow)로 없애려 한다. 또 다른 오염을 통해 과연 괴물은 없어질 수 있을까. 불로도 태워 죽일 수 없는 훨씬 더 강력한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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