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폭력을…전쟁은 해결책 안돼"
이스라엘, 테러 근절 아닌 증오 불러
교황 “레바논 국민 고통에 동참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휴전 결의안을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한 달여 동안 계속되며 많은 인명 피해를 냈던 레바논 사태가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격전지였던 남부 레바논 지역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병력 대신에 다국적군이 배치돼 휴전 감시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으로 레바논 사태가 해결되기에는 근본적으로 미흡하다고 말한다. 휴전이 14일 오전 8시(현지 시간, 한국 시간 오후 2시) 발효되고 휴전이 이뤄졌어도 이는 단지 그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며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 중동 위한 기도 호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일 때마다 레바논 국민들의 고통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며 하루속히 이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도록 즉각적인 정전을 촉구해왔다. 특히 지난 7월말 레바논 남부 카나에서 어린이들을 포함한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이 빚어지자 교황은 “그 어떤 것도 무고한 이들의 피흘림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호소했다.
수 주 동안 정작 전쟁의 이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의 희생만을 야기한 이 무의미하고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바라보면서 가톨릭교회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간절한 평화의 기도를 바치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폭력과 살육의 원인이 되어온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호소해왔다.
우선 잣대는 ‘정의와 인권’
가톨릭교회는 어떤 테러 행위도, 또한 테러에 대한 무력적인 대응도 반대해왔으며, 결코 어떠한 무력도 폭력을 제거할 수 없으며, 오직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대화로서만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교회는 결코 어느 한 편을 들어 상대방을 단죄하지 않는다. 이념이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정의와 인권의 잣대로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예수회 소속의 사미르 칼릴 신부는 이스라엘의 무력 행위가 결코 테러를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오를 부추긴다고 단언한다. 그는 또한 헤즈볼라의 주장 역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레바논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쟁에 대한 엄청난 환멸에, 분노와 증오심은 더 크다. 새롭게 등장한 침입자에 대해서 한 레바논 여성은 “단 2명의 인질 때문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체를 인질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난 3주 동안 레바논 국민들의 25%가 난민이 됐다. 내전 때에도 이보다 더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900여명의 희생자를 냈고 3천여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측의 희생자는 64명 사망에 그쳤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과 마찬가지로 헤즈볼라의 폭력 역시 용납될 수 없어 보인다. 헤즈볼라는 현재 지난 1991년에 끝난 내전 후 남아있는 유일한 무장 세력이다. 최근의 유엔 결의안 1559호는 레바논 내의 모든 무장 집단의 무장해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영토확장 의욕
헤즈볼라는 다른 무장 세력들과 마찬가지로 내전 동안 나타났지만 1982년 이스라엘의 두 번째 레바논 침략에 즈음해 설립됐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지난 1985년 2월 16일 창설됐지만, 실제로는 1982년 11월 22일 시작됐으며 그 목적은 레바논 남부를 침공으로부터 해방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중동에서 이슬람 테러를 자극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였다.
이스라엘의 40여년에 걸친 팔레스타인 점령이 중동에서의 이슬람 테러 세력의 근본적인 이유가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를 내세우지만 그 동안의 추이를 보면 실제로 꾸준하게 영토 확장의 성과를 보여 왔다. 특히 이러한 확장 정책이 유일한 합법적 국제 기구인 유엔의 승인 없이 이뤄져 왔다는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자극할 이유가 있다고 해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국가를 파괴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결코 현명하지 못한 행위인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레바논은 전국에 걸쳐 극심한 파괴가 이어지고 있어 재건을 위해서는 수십억 유로가 필요하고 그나마 언제 복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주요한 수입원은 관광산업인데 외국인관광객들이 모두 떠나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이러한 형편에 처한 레바논에 대해 실제 국제 사회의 대처는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상태이다. 국제 사회는 레바논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지만 현실적인 대응이 미흡하다. 유엔은 다국적군의 주둔을 추진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이스라엘의 태도 변화 역시 의문이다.
지난 7월 14일 교황청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보다 균형 잡힌 발언을 하면서, 교황청의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시했다.
“과거와 같이 교황청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비난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교황청은 특히 자유롭고 자치권을 지닌 하나의 국가인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개탄하며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고통을 겪어온 레바논 국민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가톨릭교회, 교황과 교황청의 입장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전쟁은 결코 어떤 문제에도 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며, 국제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아울러 레바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무죄한 이 피흘림 정당화될 수 없어 평화 위해 노력을"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레바논 사태 발생 후 지금까지 수시로 즉각적인 정전을 호소하면서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책을 촉구해왔다.
최근에는 8월 13일 삼종기도 자리에서 레바논 사태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유엔의 정전 결의안과 관련해 희망을 표시하며 “최근의 사태 추이에 따라 우리는 분쟁이 멈추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모든 이들의 희망은 평화가 마침내 폭력과 무기의 힘을 이기고 정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 6일에는 카스텔간돌포에서 국제 사회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폭력 상황이 계속되는 중동 평화 회복을 위해 즉각 정전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러한 정전 요청이 무시되는 것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헌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와 함께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2대의 앰뷸런스와 긴급 의료 약품을 레바논 카리타스에 기증했다.
2일에는 카나 공습으로 37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한데 대해 “그 어떤 것도 무죄한 이들, 특히 수많은 어린이들의 피흘림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5일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쟁은 최악의 해결 방법이며 승리자에게조차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진실로 필요한 것은 평화”이며 “유일한 해결책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월 16일에는 여름 휴가지에서 삼종기도를 바치고 난 뒤, 중동 성지에서의 점증하는 긴장과 갈등 소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팔레스타인 성지는 물론 중동 전체의 평화를 위해 특별한 기도를 바쳐 달라”고 당부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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