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야학교사로 나눔은 쭉~
낮에는 한의사로, 밤에는 야학교사로. 20년이 흘렀다.
대구 범어본당 화선야간학교 교감인 김영환(요셉.43) 선생에게 지난달 22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1986년 7월 새얼야간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야학교사로서의 길을 걸어온 지 딱 20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88년 본당에 화선야학을 설립하고, 18년간 배움의 때를 놓친 이들을 위해 교단을 지켜왔다.
“우등상보다는 개근상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이 값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학은 김선생의 삶의 밑거름이며, 원동력이다. 처음 야학을 했을 때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근로청소년들이 많았다. 수업 시작 전 당시 200원하던 우동 사먹기도 빠듯한 학생들과 함께 호주머니를 털어서 나눠먹던 기억들, 그리고 소풍, 학예회, 수학여행은 소중한 추억들로 남아있다.
김선생은 야학에 발들인 본과 2학년 때부터 줄곧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93년부터 교감으로 재직해오고 있는데, 새학기부터는 교감에서 물러나 평교사로 후배교사들을 도울 생각이다. 가족같은 분위기로 교사단합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의 봉사는 야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본업인 한의사로 돌아가서도 사랑의 나눔은 이어진다. 처음 개업을 하면서 ‘여름 휴가의 절반은 봉헌해야겠다’고 결심하고, 91년부터 무의촌 진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해마다 의료봉사에 나선다. 또 7년간 성심복지의원에서 한방의료봉사를 맡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야학근속 20년이 되던 날,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사실 다른 분야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표창을 받아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봉사할 기회와 능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죠.”
20년 근속은 새로운 길을 향한 또다른 이정표. 이제 몇해전부터 품어온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을 만들고 싶다”는 김선생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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