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대침묵 속에서 '참 삶' 묵상
기도 노동 등 수도자와 똑같이 생활
세상, 하느님과 화해하며 행복 만끽
눈을 감았다. 두 팔은 무릎 위에 편안히 올렸다. 호흡은 천천히 천천히…. 그레고리안 성가가 온 몸을 휘감아 돈다.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중세 수도원으로 온 분위기. 청년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평화를 찾아서 뒤따라 가라'를 주제로 열린 이번 체험학교는 명상, 기도, 노동체험, 거룩한 독서 등 1500년 전통 베네딕도 수도원 일과표에 따라 진행됐다. 그 첫 단계. 청년들은 '2박3일 수도자'가 되기 위한 서원장을 작성했다.
"나는 수도승다운 삶을 배우고 앞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여러 형제 자매들 앞에서 이 저의 약속을 증명합니다."
본격적인 수도생활이 시작됐다. 명상, 기도, 성체강복, 끝기도…. '침묵'(沈默)과 '잠심'(潛心)을 바탕으로 가톨릭 명상의 진수가 이어졌다. 식사시간도 대침묵. 청년들은 이밖에도 농장과 논, 목공소 등지에서 다른 수도자와 함께 노동을 했다. 독서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청년들은 진지했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서 왔다"는 학원강사 황유연(사비나 26 광주대교구 나주본당)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바다로 휴가를 떠나려 했지만, 하느님과 명상안에 함께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김선욱(요한 30 서울 정릉4동본당)씨는 "하느님 안에서 묵상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수도원을 찾았다"며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소중한 체험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13일 밤 10시, 참회의 시간. 청년들은 기도와 일, 의미와 쾌락 사이의 방황을 끝내기 위해 세속의 때를 벗어냈다. 상처받은 기억, 용서하지 못한 것들, 사랑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이제는 주님께 모두 맡겨 드리고 싶은 것들을 성찰했다. 그리고 눈물을 쏟았다.
청년들은 "세상과의 화해, 하느님과의 화해가 이렇게 큰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회계사 서은영(크레센시아 29 서울 정릉동본당)씨는 "휴가 때 바다나 산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제 영혼의 휴식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참 진리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박재찬(안셀로) 신부는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물질중심의 현대 세계안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참다운 의미를 주기위한 작은 영성 운동"이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수도승 생활을 통해 이 세상을 좀 더 밝게 할 등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회의 시간이 끝나고, 청년들은 철저한 대침묵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행복, 원인을 알 수 없는 흥분…. 많은 청년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진설명
▶서원서 작성에 앞서 각오를 다지며…(윗줄 왼쪽)
▶수사들과 함께 저녁기도를 바치고 있다(윗줄 오른쪽)
▶체험학교 참가자와 수도사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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