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게 부지런히 살아
연예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감행(?)한 결혼이 내겐 너무 행복했다. 특히 아이들은 생기는대로 순리대로 낳았다. 하느님께서 주신 가정 안에서 다른 고집을 피울 이유가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손으로 직접 해왔다. 아이들을 키워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남들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이 정말 하루하루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게다가 첫 아이 때는 사실 모르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몇배는 더 애를 먹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두배 세배 부지런하게 또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방송 카메라맨인 남편은 정말 내 인생 최고의 동반자이다. 남편은 가정의 소중함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아기를 함께 돌보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지금도 나의 하루하루는 매순간 빠듯한 일상으로 짜여져있다. 첫째아이는 유학 중이라 지금은 직접 손길이 닿을 일이 별로 없지만, 아직까지 둘째아이는 꼼꼼히 챙겨줘야할 것이 많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남편이 출근하면 집안청소를 하고, 아이가 먹을 간식거리를 만들어두고, 애완동물의 먹거리까지 분주히 챙긴 후 재빨리 방송국으로 출근한다. 방송국에서는 온전히 일에 전념한다. 그러나 퇴근 후엔 저녁밥도 꼭 내 손으로 짓는다. 집안일의 뒷마무리를 하고 가족과의 단촐한 시간도 지나면 조용한 밤시간을 이용해 글을 쓰거나 바느질을 하고….
나는 사실 하루 중 일분일초라도 무의미하게 노닥거리고 앉아있는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나면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는 생각에 꼭 후회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삶은 피곤한 것이다. 하지만 가정에서든 방송국에서든 내가 안하면 안될 일이라고 생각하면 충실히 책임을 지며 자연스럽게 그 일에 젖어서 살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모자라거나 몸이 힘들때면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번도 소위 뻗어본 적은 없다. 아이들에게 내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내 몸 편하자고 늘어질 수가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을 부딪혀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늘 기도한다. “항상 저와 함께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 꼭 응답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고 또 가장 쉬운 일이었던 것 같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 부부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부싸움도 자주 한다. 현실에서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쌓이면 싸우게 되지만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스스로 주문을 걸듯이 되뇌다보면 잘 할 수 있는 것이 신앙인듯 했다. 결혼 전에 남편은 가톨릭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편견을 갖고 만난 적은 한번도 없다. 신자 아닌 이들에게 편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자연스럽게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겠는가.
내가 신앙인으로서 남편을 만난 것도 모두 주님의 뜻이다. 생의 한순간 한순간이 섭리대로 이어져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종종 내가 가는 길마다 ‘아 하느님께서 예정해두신 길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미리 알지는 못했지만 그럴 때마다 늘 사명감을 느끼고 열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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