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잃은 교육에 바른 잣대돼야
라틴어 “Leges Sine Moribus Vanae”(도덕이 없는 법은 무용하다)는 미국 명문 사립대학인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교육 모토이다. 대학 교육에 있어서 도덕성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커닝하는 대한민국’
신임 교육 부총리의 부도덕성이 논란거리다. 제자 논문 표절, 연구비 이중 수령, 연구 업적 이중 보고 같은 의혹들이 불거졌고, 이에 여론은 갈라진 둑에서 물새는 듯 하는 학계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할 신임 부총리에게 ‘도덕적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지난 황우석 교수의 사태도 역시 도덕성의 문제였다. 시험용 난자를 불법으로 취득하고, 연구결과를 부풀리고, 연구비를 방만하게 운용하고, 논문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준엄한 교훈을 받고 있다. 도덕성을 상실한 연구, 업적, 성적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제 아무리 뛰어난 업적일지라도 그 도덕성을 의심받는 순간, 그동안 쌓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한 손가락을 자신에게 돌릴 줄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가?” 자신의 도덕성은 금간 데 없이 온전한 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 ‘모든 국민이 커닝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읽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위와 나이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서슴없이 커닝, 즉 ‘훔쳐보고 베끼기’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커닝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와서도 반복된다. 시험주간이 끝난 대학 강의실의 책상과 벽면에 깨알같은 커닝내용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리포트를 작성할 때는 남의 것과 인터넷 자료를 서슴없이 옮겨놓는다.
커닝은 입학, 취직, 승진, 임용을 위한 모든 시험에서 발생하며, 학생 뿐 아니라 교사, 교감, 교장들이 보는 시험에서도 커닝은 존재한다. 나아가 기업과 정부기관 역시 소위 ‘벤치마킹’이란 명목으로 다른 나라의 상품과 시스템을 커닝한다.
가톨릭 대학교의 역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톨릭대학교에 관한 교황령’ 18항은 전세계 가톨릭 대학교가 수행할 도덕적 책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가톨릭계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통해 파악되는 연구결과들은 인간의 윤리적.도덕적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늘 분석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즉 기술적인 것에 대한 윤리적인 것의 우월성, 사물에 대한 인격의 우월성,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하느님의 우월성을 늘 기억하면서 학문적 인식이 양심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가톨릭의 ‘학문의 도덕적 책무’ 정신은 우리나라 교육계의 대안(代案) 정신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가톨릭 교육은 진리에 대한 순종, 인간성의 고양,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여 왔다. 동서고금으로 세계의 가톨릭 학교들이 증명하여 온 가톨릭 교육의 탁월함이 가치와 도덕성에 심한 타격을 입어, 마치 방향을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우리 교육계의 대안(代案)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천주교 200년 역사 안에서 가톨릭 교육정신이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력은 아주 작다. 교육 문제에 헌신하여 가톨릭 정신이 담긴 사회를 건설하는데 주력했던 다른 나라 교회와 비교할 때 우리 교회의 노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이제라도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에 우리 교회가 좀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 가톨릭 교육은 경쟁, 비리, 폭력, 죽음의 문화로 얼룩진 우리 교육계를 상생(相生), 도덕, 사랑, 생명으로 가득 차게 만들 수 있다.
최준규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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