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는 사회 동심도 물든다
“야호~ 문상(문화상품권) 걸렸다!”
서울 동대문구 모초등학교 인근 문방구에 설치된 ‘종이뽑기’ 앞. 책가방을 둘러멘 초등학생들이 올망졸망 붙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연이어 “내 차례다” “내가 먼저야”하는 소리들이 이어진다.
‘종이 뽑기’는 종이판에 제비모양의 뽑기종이 수백개를 설치한 후 한 개를 뽑아 경품당첨 여부를 가리는 사행성 게임이다. 단순한 종이뽑기 외에도 돈을 넣으면 공모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당첨여부가 담겨나오는 기계도 있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이다.
특히 아이들은 경품으로 제공되는 상품권에 열광한다. 주변인들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 중에는 3천원, 5천원짜리 상품권에 당첨될 때까지 20~30회 이상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일회 뽑기 비용이 100원인데, 그럼 이 아이에게 뭐가 남는 것일까. 어쨌든 아이들은 상품권에 열광한다.
상품권으로는 책도 사고 영화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게임에서 게임머니로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최근 사행성 성인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아이들이 갖고 있는 상품권도 휴지조각이 될 우려가 높아졌다. 아이에게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될 지 모른다고 하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열을 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이러한 놀이는 어른들이 즐기는 ‘중독성’ 도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에도 아랑곳없이 늘어만가는 사행산업이 아이들의 삶에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며 사행성 게임에 빠져들고 ‘한탕’을 기대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용 사행성 게임기가 늘자 일부 학부모들이 문방구에 항의해 기계를 철수시키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직은 ‘돈’을 향한 어른들의 이기심이 더 큰 듯 하다.
예수님은 재물을 탐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헛된 것인지를 ‘어리석은 부자’(루카 12, 16~21)를 통해 경고하신 바 있다. 재화는 하느님의 선물로서 정당한 노동을 통해서 얻고 사용하며,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과도한 사행성 투기에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다.
또한 놀이는 우리 삶의 윤활제가 되는 자유 행위의 하나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놀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아이들의 가치관을 오염시킨다면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행할 행동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학교 앞에서 즉석복권을 긁고, 상품권을 따기 위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기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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