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식구 똘똘 뭉치며 행복 느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인 아이들과의 삶도 매일매일이 특별하게 엮어진다.
우리집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특별한 날’ ‘기념일’ 등과 일상의 나날들의 무게가 똑같다.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과 같아 늘 추억과 즐거움이 많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네식구는 늘 저녁이면 함께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고…. 무엇보다 ‘함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그 신비로웠던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주님의 부르심과 은총이 그렇게 강하게 다가올 수 없었다. 결혼하자마자 들어선 아이였지만 ‘벌써’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까지 무척 기다렸었다.
아이 둘 모두 남편과 둘이서 정말 최선을 다해 길렀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 둘이서 열심히 나섰다. 우리 남편도 기저귀를 갈고 우유먹이는 등 아이를 돌보는 솜씨가 엄마 못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매우 잘 챙기는 편이다.
애들이 어릴 때는 남편과 부인이 사는 것이 아니라 ‘아내’ 둘만 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능숙한 솜씨를 보인 남편이었다. 심지어 남편은 아이가 잘 놀다가 갑작스레 변의를 느끼면 아기똥을 손으로 받아낼 정도로 늘 아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돌봐줬었다.
늘 아이를 떼어놓지 않고 돌보느라 젊은 시절은 더욱 바쁜 시간들이었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이 귀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돌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쌓아온 추억은 여전히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네식구가 늘 뭉쳐있으면서, 특히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늘 고마워한다. 서로의 생활 안에 늘 같이 있으면서 가족애를 키워가기 때문이다.
남들이 볼 때 굴곡없는, 별로 재미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 현실적으로 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잔머리를 굴려서 일할 줄을 모른다. 한가지를 시작하면 열심히 한결같이 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왜 꿈이 없냐”고 종종 말한다. 내 꿈은 현실에 맞게 살아가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아이들도 나의 이러한 면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 어머니도 늘 가족들에게 충실하셨고, 공소와 성당 짓는 일과 수도자들을 돌보는데에만 너무 열심하다 싶으셨던 외할아버지·할머니도 가족들에게는 남달랐다고 한다.
외갓댁은 함경도 덕원 수도원 인근이었다. 독실한 신자셨던 외할아버지는 늘 공소 등을 짓는데 모든 것을 봉헌하셨고, 덕원 수도원 수사님들을 친자식처럼 챙기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동생인 나의 작은할아버지는 성베네딕도 수도원 수사님이셨고, 두분 이모도 수도자의 길을 걸으셨다. 외삼촌은 현재 서울대교구 사제이시다. 자주 찾아뵙진 못하지만 외삼촌의 강론을 듣는 것은 큰 기쁨이고, 그 말씀들은 큰 길라잡이가 되어 주곤한다.
예전 할아버지 할머니의 신앙생활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지만 워낙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많고, 예전의 삶을 기억하는 할머니와 수사님이신 작은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외조부모님과 부모님을 통해 내게 전해진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내 삶을 든든하게 받치는 기둥이다.
사진설명
최유라씨는 “외조부모님과 부모님을 통해 내게 전해진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내 삶을 든든하게 받치는 기둥”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방송국을 찾은 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최유라씨(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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