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빚은 떡 드세요!”
사진현상소 형편 어려워지자 직접 만들어 복지시설 전달
서울 충무로 3가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 그 한켠에 자리한 ‘엄마네 떡’집에는 요술쟁이 마귀할멈이 산다. 누구나 “마귀할멈!”하고 부르며 찾는 최해순(마리아 말가리다.60.서울 삼각지본당)씨의 가게.
최씨가 마귀할멈이 된 이유는 그의 말투에 있다. 속사포 같이 거침없는 말, 구면이다 싶으면 욕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투가 그리워 그를 찾는다. 그러다보니 이 마귀할멈, 진짜 요술쟁이가 됐나보다.
우선 그의 가게부터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 운영하던 사진현상소 자리의 1/3을 떼어 떡집을 차렸다. 거대한 사진인화 기계와 떡 기계가 옹기종기 모인 낯선 풍경도 그의 손이 닿으니 제법 어울린다.
가게에 들어서면 처음 보는 사람들도 5분이 못돼 이야기꽃을 피운다. 신부님, 수녀님, 신자들 할 것 없이 그를 보고 싶어 들르는 곳. 사람냄새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곳이 바로 최씨의 가게다.
왜 떡집을 차렸느냐고 묻자 “아들 먹이려고 차린 거지, 별 거 있어?”라며 대답을 피한다.
하지만 최씨가 떡집을 차린 사연은 따로 있다. 93년 사진현상소를 차리고 그는 섬세한 현상기술로 유명세를 떨쳤다. 90년대 중반에는 한달 매출이 1억원을 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천주교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떡과 쌀을 보냈다. 먹을 것 없이 굶주리는 아이들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미사와 십자가의 길을 할 만큼 신심도 두터웠다. 하느님이 말씀하신 ‘나눔’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가게의 손님도 뚝 끊어졌다. 사진현상소가 어려워지면서 시설에 떡을 보내는 것도 힘들어져갔다. 최씨는 떡을 보내는 대신 아예 떡집을 차리기로 했다.
유명하다는 떡집 몇 군데를 돌아다녀봤지만 모두 문전박대. 겨우 배우기 시작한 곳도 새벽부터 설거지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연 가게가 사진현상소 옆에 단출히 붙은 ‘엄마네 떡’이다.
마귀할멈의 또 다른 요술이 바로 이 ‘엄마네 떡’집의 떡이다. 그가 조물락하면 생전 보지 못했던 떡이 짠하고 탄생한다. 마, 인삼, 더덕, 율무, 대추, 건과일, 보리 등 700여 가지의 떡이 쌀이라는 족보 하나에서 쏟아져 나온다.
“원래부터 손재주가 있었다니깐!”
쌀도 최상급, 잡곡도 국산 이외에는 안 쓴다. 소금과 설탕도 적게 쓴다. 싱거울 수 있지만 먹을수록 질리지 않는 매력이 최씨를 꼭 빼닮았다.
떡이 맛있는 비결은 뭘까? “일단 내가 기분 나쁜 날은 안 쪄. 찔 때는 ‘이 떡 먹고 아프고 불행한 사람 다 낫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하지. 그러면 맛있어져.”
그의 소원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떡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팔아먹을 거면 ‘이것 먹어봐’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어? 한쪽 귀퉁이에 시커먼 마음을 숨겨놓고 곁눈질로 떡 파는 짓은 못해.”
자신이 만든 떡을 기자에게 한 보따리 들려주며 말하는 마귀할멈의 마지막 요술은 떡으로 피어나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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