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성월, 기차로 성지순례 떠나요
기억에 남을 만한, 뜻있는 주말을 보내고 싶다. 인생의 참 의미도 느끼고 싶고, 새로운 결심도 하려한다. 그래서 성지로 떠난다. 혼자가 아니다. 가족이 함께다. 어떤 교통 수단이 좋을까. 자가용? 아니면 버스? 역시 가족여행은 편안한 기차가 최고다. 순교영성을 묵상하는 순교자 성월, 기차는 우리 가족을 함께 싣고 신앙선조들의 얼이 살아 숨쉬는 성지로 떠난다.
■ 경기·강원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의 행렬, 가슴을 죄어오는 삶의 경쟁, ‘빨리 빨리’ 패스트 푸드, 빛을 덮은 빌딩들, 탁한 공기…. 영동선을 타고 1시간만 벗어나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어머니 품처럼 푸근한 ‘신앙의 요람’에 안길 수 있다. 양평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양근성지(031-775-3357)는 한국교회 최초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곳이다. 한국교회 창설 주역인 권철신, 권일신, 윤유일, 윤유오, 윤점혜, 권상문, 조숙·권데레사 동정부부 등이 태어나거나 혹은 순교한 곳이고 이존창·유항검 등도 모두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을 배우고 익혀 전국 각지에 신앙을 전파했다고 한다.
서울 경기지역 거주 신자라면 수원역과 안양역 주변도 찾아 볼만 하다. 수원역에서는 병인박해시 무수한 순교자를 배출한 수원순교성지(현 북수동 성당, 031-246-8844)를, 안양역에서는 최양업 신부의 부친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 묘가 있는 수리산 성지(031-449-2842)를 둘러볼 수 있다. 이밖에 강원도 강릉역 인근에는 강릉동헌(임당동 성당 033-642-0700)과 영동지역 신앙이 싹튼 금광리 공소(노암동 성당 033-643-8460)가 있다. 경기도 동두천역에 내리면 인근에 박해를 피해 집단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도자기를 굽던 갈곡리 교우촌(법원리 성당 031-958-0811)과 의정부 지역 신앙의 뿌리가 된 신암리 교우촌(031-862-3455)이 있다.
■ 충청권
충청남도 성지를 기차로 순례하려면 장항선을 타야한다. 장항선 신례원역에서 하차해 신례원 버스터미널에서 합덕·당진행 버스를 타고 합덕에서 하차하면 대전교구 대표적 성지 솔뫼를 만날 수 있다. 솔뫼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지이며 내포신앙의 중심지인 신앙의 못자리다. 내포 사도 이존창 루도비코의 출생지이며, 전교 활동을 펼친 여사울 성지(신례원 성당 041-334-7860)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또 장항선 홍성역에 내리면 충청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홍주읍성과 홍성 성당(041-633-8891)을 만날 수 있다.
일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고 싶다면 광천역 및 대천역에서 내려 갈매못 성지(041-932-1311)로 갈 수 있다. 갈매못은 병인박해 때 체포된 파리외방전교회 성 다블뤼 안 주교, 성 오매트로 오신부, 성 위앵 민 신부, 배론 신학당의 집주인이며 전교 회장이던 성 장주기 요셉 등 다섯 명과 500여 명의 이름 모를 교우들이 순교한 곳이다.
■ 경상권
대구역에 내리면 55명의 순교자를 배출한 관덕정(053-254-0151)과 사적 제290호의 쌍탑 고딕성당 계산 주교좌 성당(053-254-2300), 대구교구 창설을 감사하며 만든 동굴 성모당(천주교 대구대교구청 053-250-3000)을 둘러 볼 수 있다. 동대구역에 내리면 1868년 울산 동천 강변 장대벌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 허인백, 김종륜 등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는 신천동 복자 성당(053-745-3850)을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다.
순교자들의 유물 등이 풍부하게 전시되어 있는 부산 오륜대 한국 순교자 기념관(1982년 개관)은 부산 지하철 상전동역에 내려 부산 가톨릭 대학교를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곳에는 1868년 6월 부산 수영 장대에서 군문 효수형으로 순교한 순교자 8명 중 이정식의 가족 4명의 무덤도 있다. 부산역에 내렸다면 또 이정식 요한을 포함한 10여명이 처형 당한 부산 지방의 순교 현장 수영장대벌(광안 성당 051-756-3351)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경북 문경역에서는 순교자 박상근 마티아의 유해를 모신 마원성지(문경 성당 054-571-0326)를 방문해 볼 수 있다. 김천과 상주 사이의 청리역에서는 김삼록 도미니코가 1894-1900년 초에 신앙 고백에 관한 내용을 새긴 상주 신앙고백비(서문동 성당 054-535-2018)를 만날 수 있다.
■ 전라권
전주역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성지순례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유항검과 그의 부인 신희, 동정 부부 순교자 유중철 요한, 이순이 루갈다 등 7명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치명자산(063-285-5755)과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이 참수형을 당한 순교터 초록바위 등(전동 성당 063-284-3222)을 방문할 수 있다. 전주 혹은 익산(구 이리역)역에서는 많은 순교자들의 치명터인 숲정이 성지를(063-255-2677), 호남선 강경역에서는 김대건 신부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곳인 나바위 성지(063-861-9210)를 만날 수 있다. 나바위 성지에는 피정의 집도 있다. 이밖에 함열역에서는 신자들이 모진 형벌과 굶주림의 고통을 당한 순교지 여산성지(063-836-5016)를 찾을 수 있다.
사진설명
▶한국교회 최초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양근성지.
▶성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 솔뫼성지.
▶유항검 등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져있는 치명자산.
기사입력일 : 200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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