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 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김대건 성인 현양사업에 큰 기여…최근 엥베르 주교 피난처 연구에 박차
“‘믿지않는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창검을 들이댄 모진 고문 속에서도 믿음을 지킨 순교자들의 모습은 평생의 모범이 되었지요.”
김진용(마티아.78.수원교구 은이성지 운영위원장, 인천교구 성지개발위원회 위원)옹은 평생을 순교성인들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며 성지개발에 힘써온 평신도이다.
그의 직업은 한의사. 교회사 전문 교수도, 사제도 아니지만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열정만큼은 교회 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40여년째 운영하는 한약방 서재에 들어서면 빼곡이 들어찬 교회사 사료에 눈길이 바빠진다. 환자가 없는 시간이면 김옹은 영락없이 사료 분석에 빠져있다.
“군복무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교회사 서적을 사서 혼자 공부하다 1975년, 최석우 신부님께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싶다는 편지를 띄웠지요.”
그의 바람을 전해들은 최신부는 계획하고 있던 교회사 강좌를 시작했고, 이때부터 김옹은 신앙선조들의 발자취를 찾아내는 여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의 노력은 김대건 신부 현양사업에서 특히 눈에 띈다. 중국 상하이 김가항성당이 헐리자, 김옹은 자재들을 은이성지로 옮겨와 복원하자는 건의를 하고 지원에도 직접 나섰다. 김신부 가족의 첫 피난지가 용인 골배마실이 아닌 용인 한덕동이라고 밝혀낸 자료는 가톨릭대사전의 내용도 바꿨다. 도굴꾼 마냥 미리내 인근 산들을 헤집고 다니며 조사한 결과였다. 성인과 증거자들의 유해 봉안에도 힘쓰다보니 방부처리 등의 전문가 과정도 직접 배워 봉사할 정도가 됐다.
이렇게 수많은 시간을 동분서주하며 신앙유적지 개발에 힘써왔지만, 김옹은 켜켜히 쌓여있는 순교자 현양사업 과제들을 되짚어볼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아직 국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성지와, 알고 있지만 개발하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김옹은 그중 인천교구의 성지 개발이 미흡한 점이 가장 안타깝다. 지난 98년에는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교회 첫 세례자 이승훈의 묘역 부지를 사서 정비했지만 아직까지 신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들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승훈의 묘역은 그린밸트 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돼 있지만, 80년대 당시 교구 사목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최기산 신부(현 교구장 주교)가 시로부터 경당을 지을 수 있는 허가까지 받아둬 관심 갖고 개발할 만한 곳이다. 교구의 갑곶성지는 전담사제를 두고 정비도 어지간히 진척됐지만, 진무영성지와 순교자 9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제물진두 등을 개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전문가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또 작은 규모라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교회사 강좌 등이 지속적으로 제공해 저변을 확대해야합니다.”
특히 그는 사제들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전담사제가 없으면 성지개발과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엥베르 주교의 피난처를 새로 밝히는 연구에 여념이 없는 김옹은 살아생전에 은이성지에 김가항성당이 복원되고, 각 성지마다 순교자 현양 테마박물관이 세워지길 바라는 바람을 품고 오늘도 사료 정리에 꼼꼼한 손길을 주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