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변하는 아이들 보며 보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그의 영혼은 순수하고 티없이 맑습니다. 그 앞에 서면, 그 깊은 영성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마리스타 청소년 센터 관장으로 일하는 환희도 수사(Juan Castro.57.마리스타 교육 수사회)를 합정동 수도원에서 만났을때, 그는 회색 티셔츠에 고무신 차림이었다. 편안한 인상. 눈이 맑았다. “그저 그리스도만 바라보고 살아 왔습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환 수사는 13살부터 수도생활을 시작, 23살 되던 해에 ‘한국행’을 명(命) 받았다. “과연 내가 일생동안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가서 청소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없지 않았지만, ‘순명하는 마음’으로, 그리고‘청소년에 대한 열정’만 믿고 한국에 왔다. 그 때가 1972년. 벌써 햇수로 35년째다.
이후 환수사는 갈 곳 없는 청소년과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했다. 안동, 원주, 그리고 서울에서…. 그의 청소년 사랑은 끝이 없었다.
야간학교를 열어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들을 도왔고, 학생회관을 지어 기숙사를 운영했다.
최근에도 공부방을 운영하고 보호관찰 청소년들과 만나 상담하는 등 청소년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간적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청소년들을 볼 때면 인간적으로 한계를 느낍니다. 사랑을 사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내 일생을 바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은 기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환수사가 35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환 수사는 대답 대신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수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땀 흘리며 노동합니다. 수도자들도 하루 8시간 이상은 반드시 그리스도를 위해 내어 놓는 땀의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수도생활은 특권이 아닙니다.”
환수사는 또 ‘감사의 삶’을 이야기했다. “한국이 이룩한 비약적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축복이었습니다.
민주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청년들을 만나고, 한국의 민주화 역사 한 가운데 있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35년 한국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물었다. 그런데 대답은 ‘행복했던 때’가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분위기’로 돌아왔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청년들과 술 한잔 할 때, 그리고 청소년 청년과 피정을 마치고 마지막 날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를 때 강한 일치감과 행복을 느낍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물었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지만, 끝내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환수사에게 한국생활 35년은 ‘행복한 기억’이 더 커 보였다. 돌아서는 기자에게 환 수사가 말했다. “언제 한번,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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