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모유 먹이기 위해 방송국 촬영장도 데리고 다녀”
최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생명수호를 위해 말로만 떠들어대고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일상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족간의 사랑은 그러한 가치를 지키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된다. 우리 부부가 결혼하면서 꼭 지키자고 다짐한 첫 번째 약속도 아이만큼은 우리 손으로 직접 기르자는 것이었다.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당연히 모유로 키우려고 했다. 특별히 모유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그런 이유가 없다면 아기를 모유로 키우는 건 엄마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모유로 키우려면 늘 아기와 함께 있어야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여성이 모유를 먹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나는 첫아이를 낳았을 때 6개월 동안 모든 일에서 손을 놨기 때문에 얼마간 육아에만 전념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6개월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걱정이 시작됐었다. 그동안 모유를 먹여온 터라 갑자기 젖을 떼기도 곤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데리고 드라마 세트장을 오갔다. 특히 카메라맨인 남편이 근무시간이 아닌 때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줘 드라마 촬영 중에도 젖을 먹일 수 있었다.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툭하면 드라마 촬영장에 같이 나타나는 해프닝을 벌이곤 했다.
둘째아이를 낳았을 때도 모유를 먹이기 위해 정말 악착같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때는 라디오 ‘100분쇼’를 진행하는 중이라 출산 후 보름만에 라디오 방송을 해야했다.
방송국에 가기 전에 아이에게 젖을 잔뜩 먹여놓고 나가도 방송 시작 한시간만 지나면 여지없이 가슴이 축축하게 젖어들어왔다. 방송 중간에 뉴스가 나가는 10분 휴식 시간이면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가 젖을 짜야했다.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는 그래도 젖을 짜둘 틈이 있었지만 문제는 TV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라디오야 사실 가슴이 젖건 말건 보이지 않으니 그냥 진행할 수 있지만 TV는 얼마나 민감한가. 보통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녹화시간에, 녹화가 끝나도 대본을 보고 의상 갈아입고, 화장고치는 등 너무도 분주한 통에 마음놓고 화장실에 쫓아가 젖을 짤 여유가 없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가슴에 패드를 두껍게 만들어 넣고 진행을 하다보니 가뜩이나 아기를 낳고 부기도 덜 빠진 내 모습이 더 찐빵같이 부어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렇게 애를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빨리 젖을 떼라고 권유했지만, 나는 끈질기게 버티며 둘째 아이에게도 모유를 먹였다. 나름대로는 고생했지만 나는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비교적 고생을 덜 하면서 모유를 먹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직장에 나가는 엄마가 모유를 먹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듯 하다.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나처럼 젖을 짜서 버리지 말고 유축기를 갖고 다니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젖이 불면 짜뒀다가 집으로 가져와 냉장고에 보관해 먹이면 좋을 듯 하다.
아무튼 악착같이 모유를 고집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사진설명
최유라씨는 “생명수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유라씨가 10년전 한 식당에서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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