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귀를 여십시오” -
즉위 후 두번째 고국방문 …생가도 들러
메르켈 총리 등과 ‘교회일치’ 문제 논의
【뮌헨, 독일=외신종합】교황 베네딕토 16세는 9일 오후 3시 30분 뮌헨 공항에 내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 총리의 영접을 받고 엿새 동안의 독일 순방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세계 청년대회 참석차 쾰른을 방문한 바 있는 교황은 교황 재임 두 번째 고국 순방인 이번 여행길에서 독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톨릭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관한 메시지를 선포했다.
교황은 방문 기간 중 뮌헨을 비롯해 알퇴팅, 레겐스부르크 등지를 방문해 옥외미사를 집전하고 자신의 생가가 있는 바이에른주의 마르크틀 암 인 마을도 들렀다. 또 레겐스부르크에서는 동생인 게오르그 라칭거를 만나고 부모와 누이의 묘소도 방문했다.
교황의 이번 순방은 전체적으로 사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교황 순방의 사목적 특성과 함께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라는 점에서 교황의 순방 기간 동안 전해지는 메시지는 가톨릭 신자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교황은 순방 이틀째인 10일 뮌헨에서 거행된 미사에서 약 25만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론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은 하느님께 귀를 닫았다”고 지적하고 “너무나 많은 소음들이 우리 귀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민족들은 서방 세계의 과학과 기술 발전을 부러워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하느님을 완전히 배제해버린 서방 세계의 이성주의에 의아해한다”며 “참된 위협은 성스러운 것을 조롱하는 행위를 자유로 오인하거나 초월적인 윤리적 차원을 과학 연구의 도구로 삼는 것을 자유로 오해하는 냉소주의”라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이러한 냉소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관용이나 문화적 개방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관용은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가 정말 필요한 하느님은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하는 하느님”이라며 “폭력을 만나 오히려 자기 자신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그런 하느님을 선포할 때 우리는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더욱 깊은 존경심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쾰러 독일 대통령 등 독일 고위 지도자들과 만나 교회 일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일치를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테스탄트 신자인 쾰러 대통령은 특히 뮌헨 공항에서의 환영식에서 직접적으로 일치운동 문제에 대해 교황과 논의하고 “500여년에 걸친 서로 다른 신학적 발전과 예배 실천이 한 순간에 일치를 보지는 못할 것이지만 지난 50년 동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에는 매우 집중적인 화해와 친교의 노력이 경주돼 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교회 일치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뮌헨대교구장인 프리드리히 베터 추기경은 이번 교황의 방문을 통해서 독일 교회에 신앙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불같이 타오르기를 바란다며 교황의 방문을 환영했다.
베터 추기경은 특히 교황의 순방이 “독일 젊은이들 사이에 신앙에 대한 열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지적하고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교회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번 독일 방문은 지난해 4월 교황 즉위 후 4번째 해외 순방으로, 올해 들어 폴란드와 스페인을 방문했다. 교황은 또 오는 11월에는 터키 콘스탄티노플, 내년 5월에는 브라질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설명
▶9월 10일 뮌헨 대성당에서, 첫 영성체를 한 어린이 400여명에게 둘러싸여 있는 교황의 모습.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월 10일 독일 뮌헨 방문중 전용차를 타고 신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자신이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대교구장을 맡았던 뮌헨에서 옥외미사를 거행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월 9일 뮌헨의 마리아 광장에서 열린 기도모임에서 축복하고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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