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 하니 몸도 마음도 더 건강”
외국어 성경·기도문·성가 가사 등도 적어
6년 10개월간 총 1만 5000쪽 분량 기록
공동번역 신구약 성서 및 200주년 기념 성서 필사. 일본어, 중국어, 영어 성서 필사. 모든 가톨릭 기도문 및 미사경본 필사, 가톨릭 성가 가사 전체 필사.
1999년 예비신자 시절부터 시작된 조홍래(바오로.72.수원교구 선부동본당) 할아버지의 ‘상상 초월’ 필사 릴레이는 여기서 끝나는가 했다. 하지만 올해 초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생겼다. 새번역 성경이 탄생한 것. 선부동본당 주임 김태규 신부가 “할아버지, 새 번역 성경도 쓰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조 할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 “예”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제 직업이 성서 필사 이니까요.”
조 할아버지는 2006년 1월6일 펜을 들어, 7월13일 구약성경을, 8월30일 신약성경을 완필했다. 새 번역 성경 필사를 시작한지 불과 246일(7개월25일) 만이다.
지난 6년 10개월동안, 이렇게 쌓인 대학노트 성경만 70여권에 이른다. 총 1만 5000쪽 분량. 엄청난 필사 속도다.
“교회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하루 10시간 이상 필사에 매달렸습니다.” 가운데 손가락 굳은살에서 그간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앉은 자세에서 필사를 하다보면 몸에 무리가 올 듯도 한데, 할아버지는 “이상하게도 아픈 곳도 없고, 몸이 전보다 더 건강해 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경 필사를 대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올바로 대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오자, 탈자, 띄어쓰기, 중복쓰기 여부에 이르기 까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합니다. 성경 필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하는 거룩한 일이거든요.”
농학박사로 오랜기간 한국 농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은퇴한 조 할아버지는 “젊은이들도 감당하기 힘든 이 일을, 이 나이에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하느님의 은혜”라며 “본당 신부님의 배려도 성서 필사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선부동본당 신자들은 9월8일 본당 10주년을 기념해 성모동굴을 축복하는 그날, 성모 동굴 앞에 조 할아버지의 필사 노트를 봉헌했다. 조 할아버지는 축하해 주는 신자들의 인사에 “하느님 말씀을 따른 것 뿐인데…”라고 겸손해 했다.
“‘네가 책상에 앉아 있어야지 내가 성서를 쓸 수 있지’라는 하느님의 음성에 따른 것이었을 뿐, 제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순교자들의 삶을 따르는 정신으로 앞으로 기력이 다할 그 날까지 성경을 필사해 나가겠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집에 필사해야 할, 다른 나라말로 된 또 다른 성경 11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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