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한국어 가르치며 이주노동자 마음 열어요”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매주 수원 엠마우스 이주노동자 한국어 교실에서 봉사하고 있는 손효진(비아.32.수원 지동본당)씨. 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냐는 질문의 대답이었다.
2004년 미국 메릴랜드대 한국어 폐강 위기 기사를 보고 손씨는 화가 났다. 국문학을 전공한 까닭에 한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화가 나야한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에서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았다. 전공을 살려 이주노동자들을 가르친다면 한글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자신이 사는 동네에 엠마우스 이주노동자 한국어교실과 연락이 닿았다.
“하느님이 이끄신 것 같아요. 한글을 가르치다보면 저도 모르게 뜨거워지는 것을 느껴요.”
떨리는 마음으로 교단에 섰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고 국문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벅찼다.
“‘전문적인 국어지식이 없으면 이분들이 날 믿지 않겠구나’ 했지요. 나도 모르는데 이분들을 어떻게 가르치겠어요.”
한국어 교수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곳이 서울대학교 한국어 지도자 과정이다.
그는 1년간 한국어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학과에 올해 입학한 것이다.
“제가 배울수록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도 다양해져요. 요즘에는 노래와 그림 등으로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지요.”
한국어에 대한 사랑은 특별하지만 사실 그의 직업은 한국어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 가톨릭대학교 성 빈센트 병원의 의무기록사. 처음 보건행정학을 전공해 직업을 얻은 후 국어국문학과로 편입한 까닭이다.
“한국어는 공부만 할 거에요. 이 길로 나가 직업을 얻을 생각은 없어요. 직업이 되면 지금의 열정이 사라질까봐 걱정이 돼요.”
그는 매주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는 이주노동자들이 기특하다. 수원 엠마우스 이주노동자 학생들이 한국어를 곧잘 할 때는 말로 못하는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손씨에게도 걱정은 있다. 날이 갈수록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배우러 몰려드는데 교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수원 엠마우스가 좀 더 커져서 교실이 많이 확충됐으면 좋겠어요. 교실이 없어서 이들을 이끌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것이 미안해요.”
언제나 이주노동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손씨. 직장에 다니며 하루쯤은 쉬고싶을만한데 그의 열정은 끝이 없었다.
“쉬고 싶지요. 하지만 제가 기뻐하며 할 수 있는 일에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일요일에 만날 이주 노동자 학생들의 이야기를 하며 입가에 슬며시 떠오르는 손씨의 미소에는 사랑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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