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책임·의무 다하려 노력
우리집 행복 5계명
보통 웬만한 집안에서는 딸이 수녀가 된다고 하면 ‘안된다’는 태도를 먼저 보이지만 우리집은 내 동생 정임이가 수녀가 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커녕 오히려 환영했을 정도였다. 정임이는 너무도 착한 심성을 갖고 있어 험한 세상에 부대끼며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임이는 그렇게 착한 천성으로 수녀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며 내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대대로 가톨릭신앙을 이어온 우리집안의 원칙에 따라 결혼할 때도 남편은 가톨릭신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었다. 내 남편은 이에 따라 나와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교리공부를 시작했었다.
나도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교리를 지키는 것이 몸에 배기도 했고 특히 십계명은 잘 지켜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또 우리가족은 우리집만의 5계명을 만들어놓고 지키려고 애쓴다.
성경에는 부부간의 사랑이나 자기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대해 특히 ‘사랑하며 살라’는 말씀을 강조한다. 우리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좀더 세부적인 계율을 만들었다. 내용이 종교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믿음을 바탕으로 만든 우리집 5계명이다.
5계명의 첫째는 아이 만큼은 남편과 내 손으로 기르자는 것이었다. 동생 정임이가 도와주긴 했지만 우리 부부는 가족이 아닌 남의 손에는 우리 아이들을 절대 맡기지 않았다.
둘째 계명은 언제 어떤 일이 있든 가족이 우선돼야한다는 것이다. 이 계명은 일도 중요하지만 일보다는 가족간의 사랑을 주고받고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남편도 일이 끝나면 되도록 일찍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애써왔고, 나도 일을 하는 데 있어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다거나 식사를 챙겨줄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바쁘게는 일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래서 각종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와도 가족들에게 지장을 주는 일이 발생하면 고사하는 편이다. 가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내 인기영달을 위한 무언가 더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여행을 자주 다니자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집 외에는 많은 곳을 다녀보지 못해서 결혼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이 있었다. 다행히 남편도 선뜻 그 점에 동의해서 이 세 번째 계명은 쉽게 이뤄지고 있다.
네 번째는 상대방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항상 나보다는 남편을, 남편은 자신보다는 나를 먼저 배려하는 그런 예의를 갖추자는 뜻에서 비롯된 계명이다.
우리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누구보다도 먼저 서로에게 의논을 한다. 어떤 때는 하루에 열두번도 더 통화를 한다. 때문에 우리 부부는 웬만해서는 곡해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풀고 또 충분히 상의하기 때문이다. 혹 혼자 결정한 일이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지 물어보고 지장이 없는 범위를 고려한다. 부부 사이에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서로 하루에 열두번이 아니라 스무번이라도 전화통을 붙잡고 씨름해도 괜찮을 듯 하다.
마지막 계명은 영원히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 말자는 것이다. 이 다섯 번째 계명은 아직까지는 지켜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이 약속대로 정말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해 4월 26일 라디오 청취자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백혈병, 소아암 치료를 위한 보금자리인 ‘사랑의 보금자리 10호점’ 개점식에서 한 어린이를 안고 있는 최유라씨.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