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죄악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중에서 자살이 교통사고 사망을 제치고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망자수는 모두 24만 5511명으로 하루 평균 673명이 사망했다. 그중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2000명으로 하루 평균 33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나타내는 자살률은 26.1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2004년 총 자살자 수 1만 1523명, 자살률 24.7명에 비해 또 다시 늘어난 것이며, 10년 전인 1995년 11.8명의 2.2배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0년 14.6명을 기록한 뒤, 현재 5년 연속으로 상승 추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대 미만이 교통사고, 40대 이상은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 반면, 2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자살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죄악이다. 그 이유는 첫째, 모든 형태의 살인은 직접적 살인에 해당하며 자살 역시 자기 자신을 죽이는 살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을 사랑하고 완성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고, 셋째, 하느님께 대한 불신과 실망에 대한 최종적 표지이기 때문이다.
교회법적 전통에 의하면 자살자는 순교자의 대열에서 제외되며 의도적으로 자살한 사람에게는 장례 예식을 거행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새 교회법에 의하면 장례식 거행 여부에 대해 전통적인 거절 원칙이 중지되고 공개적 추문의 연유가 되는 분명한 죄인들에게만 장례식이 금지된다.(1184조)
교회법적 정신은 자살자의 인간적인 나약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흔히 자살자의 20%는 정신 질환에서, 그리고 60%는 정신병적인 성격에서 온다고 한다. 이는 곧 자살 당시에 본인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심리적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자의 주관적인 죄책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그 판단은 해당 교구 주교의 사목적 판단에 맡겨 둔다.(1184조 2항)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심리적으로 관찰할 때 자살 기도는 도움을 청하는 마지막 절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사회의, 특히 종교의 중차대한 의무에 속한다. 자살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종교는 그 책임의 막중함을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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