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 자체가 기적이요 축복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창영 신부)는 2006년 제10회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 수상작에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무려 13년에 걸쳐 완간한 ‘한국가톨릭대사전’ 전 12권을 선정했다.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회는 특별히 이번 가톨릭학술상을 유례없이 운영위원회 전원의 이견 없는 의견으로 한국 교회 독자적인 가톨릭대사전 발간의 위업을 이룬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가톨릭학술상은 평신도 신학자인 고 양한모(아우구스티노) 선생의 유지에 따라 1997년 고인의 주기를 맞아 유족들이 소정의 기금을 출연하고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함으로써 시작된 한국 천주교회내 유일한 학술상이다.
▒ 수상작 - ‘한국가톨릭대사전’ 전 12권
지난 1998년 3월 14일 교황청에서는 뜻깊은 알현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최석우 몬시뇰과 부소장 변우찬 신부는 이날 아침 7시 이른 시간에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하고 연구소에서 간행중이던 ‘한국 가톨릭대사전’ 제1권부터 5권을 봉정하고 교황으로부터 격려의 말씀과 강복을 받았다.
교황청 내 경당에서 이뤄진 이날 알현에서 최석우 몬시뇰은 대사전의 발행 경위를 적은 서한을 전달하고 사전 편찬위원 및 집필자와 후원회원 등 관계자 모두에게 교황 강복을 청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가 이 원대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며 기적”이라고 놀라워하고 “한국어로 편집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치하했다.
그 후 8년이 지난 2006년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마침내 전 12권의 ‘한국 가톨릭대사전’을 완간함으로써 13년간에 걸친 지난한 학문적 위업을 달성했다. 문화와 학문의 성숙 없이 그 나라의 모든 지적 역량을 담은 대사전을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의 대사전 발간은 비단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가톨릭 교회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에서 대사전이 처음 편찬된 것은 지난 1985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1400쪽 분량의 ‘한국가톨릭대사전’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업적이었지만 단권으로 이뤄진 탓에 설명이 불충분하고 수록되지 못한 내용들도 많았다.
또 성경과 신학, 교리를 배우고자 하는 평신도의 열의, 교회의 학문적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 아울러 시대적 변화와 함께 한국교회의 양적, 질적 성장은 양과 질 모두에서 충분히 성숙된 새로운 대사전의 간행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1993년 간행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 가톨릭 문화의 실상 종합 정리 △가톨릭교회와 신앙의 바른 모습 홍보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궁금증 간단 명료하게 해결 등을 3대 원칙으로 간행 작업에 돌입했다.
13년여의 긴 장정, 각계 전문가 1800여명이 투입됐고, 집필 연인원이 2500여명, 순수 투입비용만 120여억원에 달하는 ‘한국가톨릭대사전’은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새 교회법(1983년 개정)을 토대로 편찬됐다.
이에 따라 공의회 정신과 현대 가톨릭교회의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따라서 현대의 신앙인들이 지닌 궁금증과 지적 욕구를 해소해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항목 자체만 8천여개에 사진 자료와 도표가 1만여점, 전 12권에 총 9952쪽에 달하는 대사전은 우선 그 분량면에서 다른 여느 출판물을 능가한다. 여기에 가톨릭교회와 신앙, 문화를 집대성함으로써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사 뿐만 아니라 성경, 신학, 교회법, 전례는 물론 한국학, 철학, 종교학, 사회과학 등을 포함한 제 학문의 성과들을 망라하고 있다.
아울러 가톨릭교회에 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일반 학문의 성과물은 물론 불교와 프로테스탄트 및 기타 다른 종교의 입장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서술하고 있다.
각 항목 끝에는 참고 문헌과 집필자 이름을 명기함으로써 보다 깊은 연구를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항목에 대한 집필자의 책임감과 학문적 업적을 드러내고 있다
▒ 집필 기관 - 한국교회사연구소
한국교회 최초의 전문 연구 및 사료 편찬 기관으로서 지난 1964년 8월 17일 가톨릭대학 부설기관으로 설립돼 2006년 현재 42주년을 맞았다.
최초의 교회사 연구기관으로 설립돼 지난 40여년 동안 풍부한 연구 실적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사의 대중화를 위한 여러 활동과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 및 학술 지원 사업을 왕성하게 전개함으로써 교회사 분야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학문 발전 전반에 큰 기여를 해왔다.
중요한 연구 활동으로는 1975년 9월부터 시작돼 올해 3월 현재 총 147회에 걸쳐 이어진 ‘연구 발표회’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한국 교회사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학계에 연구소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심포지엄 등 대외 학술 행사 역시 주요한 연구 활동의 한 부분으로 1981년에 시작돼 지난해까지 총 19회 개최됐다. 특히 ‘안중근’, ‘일제하의 한국 천주교회’, ‘한국 근대 종교와 천주교’, ‘천주교 여성’ 등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교회사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연구소의 업적 중 자료의 수집과 정리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파리외방전교회, 로마 교황청,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독일 베네딕도회 등으로부터 수집된 많은 문서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특히 1만3천여건에 이르는 ‘뮈텔 문서’는 한국교회사 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사 연구에 있어서도 귀중한 자료이다.
전문적 연구 뿐만 아니라 교회사와 교회 문화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연구소의 큰 몫 중 하나이다.
1964년에 시작된 ‘사료 전시회’를 비롯해 ‘한국교회사 강습회’, ‘한국가톨릭 문화강좌’, ‘공개대학’ 등과 강연회, 학술 강좌, ‘한국 교회사 연구 동인회’의 활동 등은 신자들에게 교회사를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연구소는 또한 각 교구의 시복시성운동 지원, ‘한국가톨릭대사전’을 비롯한 출판활동과 잡지 발간 등을 통해 한국교회내 가장 왕성한 연구와 출판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선정 이유
대개 그 사회의 문화와 학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의 하나로서 백과사전을 포함한 사전류의 양과 질을 꼽는다. 교양과 문화 수준, 학문적 깊이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고서는 백과사전이라는 엄청난 노력과 풍부하고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을 감당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훌륭한 백과사전이 편찬됐다고 하면 이미 그 사회의 문화와 교양, 특별히 학문적 수준이 무르익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그 편찬 자체가 향후의 학문과 문화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올해 3월 제12권을 발간함으로써 13년간의 오랜 작업 끝에 완간한 ‘한국가톨릭대사전’은 한국교회의 학문과 문화 발전을 드러내주는 것이며, 제삼천년기 아시아 교회, 그 중심에 선 한국교회에 학문적으로도 또 다른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톨릭학술상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지난 7월 20일 제10회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운영위원들은 후보 목록에 오른 수십종의 학술서들을 검토한 뒤, 많은 훌륭한 저작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학문과 문화 수준을 한 단계 성숙시킨 ‘한국가톨릭대사전’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기로 했으며, 소정의 자문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수상작으로 확정했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앞서 지적한 대로 한국교회 최초로 편찬된 본격적인 의미의 대사전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갖는다. 8천여개 항목에 1만여점의 사진 자료와 도표, 전 12권 9952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은 한국교회의 신앙생활, 학문과 문화 발전의 주추를 놓았다.
나아가 대사전은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새 교회법(1983년)을 토대로 제작됨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함께 현대 세계와 사회 안에서 살아가야 할 신앙적 지침을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문화와 학문 발전을 위해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대사전 편찬에 힘써온 한국교회사연구소에 경의를 표한다.
조광(학술상 운영위원·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 한국가톨릭대사전 내역
▨ 제1권 가경자~교황 훈장(712면·565항목·사진 883컷·정가 80,000원)
▨ 제2권 교회~노예(708면·544항목·사진 1,021컷·정가 80,000원)
▨ 제3권 노예 제도~러시아 정교회(720면·515항목·사진 799컷·정가 80,000원)
▨ 제4권 런던 탑~무라토리 단편(704면·479항목·사진 862컷·정가 80,000원)
▨ 제5권 무류성~복음화(736면·504항목·사진 840컷·정가 80,000원)
▨ 제6권 복자~상황 윤리(736면·488항목·사진 808컷·정가 80,000원)
▨ 제7권 새남터~수덕(816면·590항목·사진 940컷·정가 100,000원)
▨ 제8권 수덕 신학~양심(912면·610항목·사진 814컷·정가 100,000원)
▨ 제9권 양심법~입회 허가(1,300면·690항목·사진 995컷·정가 100,000원)
▨ 제10권 자기 비움~천황 숭배(979면·683항목·사진 841컷·정가 100,000원)
▨ 제11권 철산 본당~표징(900면·640항목·사진 811컷·정가 120,000원)
▨ 제12권 푸네스~힐턴(900면·480항목·사진 807컷·정가 120,000원)
사진설명
▶2006년도 제10회 가톨릭 학술상 수상작 한국가톨릭대사전 전(全) 12권.
▶지난 6월 9일 열린 가톨릭대사전 완간 기념식에서 최석우 몬시뇰, 최영수 대주교,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주교, 김성태 신부 (왼쪽부터) 등이 축하 건배를 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