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장과 쇄신에 새 활력소
항구한 기도-흉내내기-의탁의 영성이 중심
소공동체·사회복지·교육 등 적용할 곳 많아
차기진 양업교회사연구소 소장은 9월 15일 순교자 현양회 설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한국순교자 현양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제목으로 한 발표를 통해 “순교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영성을 이어받는 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교영성 즉 종말론적 영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눔의 생활’과 같은 육화론적 영성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많은 교회사 전문가들이 이 ‘육화론적 영성’의 핵심을 ‘교우촌’에서 찾고 있다. 신자들이 함께 모여 오직 하느님을 찬미하고,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함께 손잡고 순교의 길로 나아간 교우촌이야말로 육화론적 영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장(場)이라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교우촌 영성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와 관련, 정종득신부(수원교회사연구소장)는 교우촌 영성을 3가지 영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항구한 기도의 영성 ▲지속적 흉내내기의 영성 ▲전적인 의탁의 영성이 바로 그것이다.
정 신부에 의하면 교우촌은 우선 ‘항구한 기도의 터전’이었다. 십자가상이나 성모상처럼 교우촌 자체가 기도가 가능하게 한 도구였다는 것이다.
동시에 교우촌은 ‘지속적인 흉내내기의 터전’이다. 교우촌 내 어린 자녀들은 말이나 글로 신앙을 배우기에 앞서, 부모와 이웃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온몸으로 신앙을 배웠다.
또 교우촌 신앙인들은 공동생활을 통해 초기 교회 공동체 모습을 그대로 따르려 했다. 더 나아가 교우촌은 ‘전적인 의탁의 터전’으로, 신앙인들이 하느님 섭리에 전적으로 의탁하며 살아간 땅이자 공동체였다.
정 신부는 “교우촌은 복음의 진리를 온몸으로 살아간 신앙의 현장이며,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순교의 땅”이라며 “교우촌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향락주의가 만연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 신앙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광주대교구 옥현진 신부(교회사학 박사)도 지난해 말 광주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교우촌 형성과 영성’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삶은 첫째 신앙의 생활화(신심함양 활동), 둘째 교리의 실천 (나눔과 봉사활동), 셋째 사도직의 수행(복음 전파 활동) 등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옥 신부의 이러한 논점은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숙제의 상당부분 해답을 ‘교우촌 영성’에서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향하는‘신자 개개인의 신심을 함양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전형을 교우촌 모델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교우촌 영성은 진정한 그리스도 공동체를 지향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새로운 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종득 신부는 “교우촌 영성은 소공동체 운동, 각종 신자 재교육, 나눔 및 사회복지 활동, 청소년 신앙 교육 등 무수히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소공동체나 본당 공동체에서 현대적 의미의 교우촌을 재현해 내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앞으로 교우촌 영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묵상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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