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제게 이웃돕는 도구죠”
“우아하게 마시는 커피 한잔 값이면 어린이들을 위한 연필을 몇 개나 사줄 수 있는걸요. 그 기쁨은 커피향에 비할 바 아니죠.”
소프라노 서연준(글라라)씨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으며 한참 날개를 펴고 있는 음악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공연무대 절반 이상을 자선음악회로 열고 있다. 나머지 수입의 절반 이상도 불우이웃성금으로 떼어낸다.
게다가 서씨는 무대에 서는 음악인답지 않게 머리카락도 절대 유행에 따라 다듬지 않는다. 늘 단정하게 긴 생머리. 그가 변화하는 때는 수개월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가발을 만들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낼 때 뿐이다.
이렇듯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가난한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이 젊은 예술가의 마인드가 궁금하다. 마침 9월 휴가차 방한한 서씨를 만났다. 그는 짧은 여정 중에서도 역시나 자선공연 일정을 빼놓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SOS어린이마을의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했다. 화려하게 꾸며진, 수백 수천명의 청중이 있는 무대는 아니었지만 서씨는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아무리 작은 무대라도 그에겐 메트로폴리탄의 무대와 다를 바 없다.
“복지시설 등을 찾아가는 일은 돈들여 하는 여느 성지순례보다 훨씬 더 깊은 감동과 행복을 줍니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주셔서 하느님께 늘 감사해요.”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남편 앤드류 디킨슨씨도 서씨의 자선공연에 적극적이다. 또 매월 수입의 일부를 선천성 장애아 수술비로 지원하고 있다.
서씨는 특히 “기타리스트를 남편으로 맞아 전세계 어디서나 기타 하나만 둘러메면 둘이 함께 연주하며 이웃을 도우러 갈 수 있어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의 마음은 음악을 통해 소외된 이웃과, 그들을 돕고 싶어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메신저’가 되고싶은 바람만이 가득한 듯 했다. 앞으로 몇 달간 서씨는 뉴욕 오페라 무대에 설 준비에 여념이 없을 예정이라고 한다. 서씨는 그동안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기타와 소프라노 앙상블로 뉴욕 음악계의 관심을 모았고, 실험적인 음악해석도 서슴치 않는 도전정신을 보여왔었다.
“아무리 칠하고 다듬고 고쳐도 완성을 향한 생각은 끝이 없다”고 말하는 서씨. 그의 음악인생과 봉사인생은 여전히 ‘ing’이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