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유로’ ‘가족 반대 때문에’ …
죄책감도 큰데 따가운 주위 시선에 더 큰 상처
‘타의적 냉담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 있어야
# 사례 1. 부도 겪은 김씨
경기도 안양에 사는 김 아무개(안셀모·49)씨. 1년전 경제난으로 운영하던 업체가 부도나면서 맡고 있던 본당 사회사목분과장직을 그만 두어야 했다. “교무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성당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신자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있다”는 모함도 들어야 했다. 아내도 “왜 남편이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이 부담스러워 이웃 성당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김 씨는 “당분간 신앙생활을 접고 재기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사례 2. 가족반대 최씨
서울 성북구에 사는 최 아무개(스콜라스티카·38)씨는 성당에서 한때 반장으로 일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시어머니와의 종교적 마찰로 현재 성당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어머니의 반대로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 둔 최씨는 “성당에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데, 냉담자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아 성당은 더 거리를 두게 된다”고 말했다.
한동안 성당에서 열심히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는 파악할 수 없지만 일선 본당 사제들은 “최근 1~2년 사이 경제적 어려움과 맞벌이, 가정 내 갈등 등으로 인해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신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목자들은 그 예로 맞벌이로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3~40대 여성, 부도나 퇴직으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50대 가장, 이혼 별거 고부갈등 등으로 고통받는 가정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일선 본당에선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현실이다. 최근 개신교로 개종한 최 아무개씨는 “개신교회에선 실직하거나, 생업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또 이혼이나 별거 등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 직업을 알선해 주는 등 결속력이 강한 반면 천주교는 바로 옆에 사는 신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데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쉬는 신자 문제에 대한 변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쉬는 신자를 ‘자발적 의향을 가진 쉬는 신자’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쉬는 신자’, ‘여러 불가항력적 이유로 냉담이 예상되는 미래의 쉬는 신자’로 구분해 사안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사안에 따른 사목적 배려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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