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감동 가득한 청취자 사연은 보배
라디오 방송의 보람
방송인으로서 생활하면서 상을 받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지난 3월에는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라디오진행상을 받았었다. 그동안 라디오진행자로서 수많은 상들을 받았었지만, 다른 상과 달리 이 상은 피디들이 뽑은 최고의 진행자에게 주는 상이라 더욱 남다른 자부심을 갖게 했다. 처음 상의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 인정해준다는 것에 대해 더욱 보람을 느끼게 됐고,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가장 먼저 청취자들에게 감사했음은 물론이다.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지금은 라디오시대’는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율 조사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진행자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영광이지만 사실 이 모든 영광은 우리 프로그램을 아껴주시는 청취자 여러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사는 체취가 물씬 묻어나는 사연들을 보내주시는데 더욱 감사한다. 정신없이 웃게하는 사연에서부터 눈물이 쏙 빠지도록 감동적인 사연들이 거짓말 안 보태고 전국에서 매일 쌀가마니 하나도 넘는 양이 자루로 배달되어 온다.
예전에 어느 청취자분이 보내온 사연을 보면, 어느날 운전을 하다가 백미러를 보는데 뒤따라오는 승용차에 앉은 부부가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 영 이상하게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마침 차가 막히는 바람에 꽤 오랜 시간 뒷사람들을 지켜보게 됐는데, 히죽히죽 웃다못해 나중에는 온몸을 흔들어대며 웃어대는 모습에 아무래도 마약을 했거나 정신이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스치더란다. 그분은 마침 순찰나온 경찰차가 앞에 보이길래 정지해서는 뒤따라오는 승용차에 탄 부부가 아무래도 이상하니 검문해 보라고 일렀단다. 그런데 경찰이 그 부부에게 사연을 물어보니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듣는 중이었다나.
이렇게 보내주시는 사연을 통해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들어주신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토록 많은 분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전할 수 있도록 사연을 보내주시는 청취자분들, 그 사연을 들으며 웃어주시는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터져나오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눈물바다가 되는 시간이 바로 ‘사랑의 손길’ 시간이다.
이 시간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사랑의 손길을 나누어주고, 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청취자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코너이다.
나는 이 코너를 진행하면서 사연 딱한 사람들 때문에도 많이 울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좋은 이웃들 때문에 가슴이 뜨거워져 울 때가 더 많다.
옷한벌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년가장의 목소리에 당장 티셔츠를 보내겠다며 전화를 주시고 치매노인 복지시설에 쌀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나간 다음날이면 시설 앞에 쌀가마니를 그득히 쌓아두는, 그런 마음을 나누어주는 이웃들에게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주일만 지나면 통장 몇권이 찍히도록 들어오는 사랑의 성금 액수에도 놀라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성금을 보낸다는 데서 나는 매번 놀라고 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다지만 나는 ‘사랑의 손길’에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라디오 진행은 행복감을 가슴 가득 안아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기사입력일 : 20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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