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봉사 통한 미사 참례 돕기 등
“나아졌다지만 아직 부족해요”
서울 반포동에 사는 우모(타대오.49)씨는 주일만 되면 괴롭다. 인근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성가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용기를 내 주일 미사를 드리러 갔지만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했다.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드물더군요. 봉헌과 성체를 할 순서에는 나갈 엄두도 못냈습니다.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 봐서요.”
우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성당에서의 뼈저린 경험 후 그는 두 번 다시 성당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점자 성경 완역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 가톨릭 시각장애인선교회(회장 강성령)에 소속된 시각장애인 수는 420여명. 이들은 인근에 성당이 있어도 여러 가지 불편함으로 인해 미사에 참여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을 위한 성가책이나 점자 주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례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곳 역시 드물다. 서울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의 신체적 조건에 맞는 미사를 봉헌 할 수 있는 곳은 하상장애인복지관(관장 박정근) 한 군데에 불과하다.
이곳의 매주일 미사 참례자는 120여명 남짓이다. 아는 사람만 오기 때문이다. 강성령(돈보스코) 회장의 경우 중도 실명을 한 후 정보를 얻을 수 없어 114에 전화해 시각 장애인을 위한 교회 단체를 알려달라고 문의했을 정도이다.
물론 시각장애인에 대한 교회의 지원은 과거에 비해 형편이 나아지기는 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시각장애인들의 원활한 미사 봉헌을 위해 올해 차량 봉사비를 지원했다. 그동안 강남, 상계동 지역으로 차량을 운영하며 미사에 참례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줬으나, 올해 종로 지역 차량 운행을 시작해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미사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한국 가톨릭 시각장애인선교회 역시 매달 초 매일미사를 음성으로 녹음해 원하는 이들에게 우편 발송을 하고 있으며 점자 주보를 제작해 전국으로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이 체감하는 교회의 지원과 배려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개신교의 경우 다양한 정보 채널망을 통해 재가 장애인을 발굴, 지원하고 있지만 교회의 경우 이들을 위해 제대로 갖춰진 네트워크가 없는 형편이다.
재정적 뒷받침도 마찬가지다. 한국 가톨릭 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의 경우 교회 차원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미사 봉헌 시 내는 봉헌금과 교무금 등으로 운영을 충당하고 있다.
지구·본당 차원의 배려는 기대할 수도 없다. 이들을 위한 예산과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월 서울 반포본당은 본당 단위로는 최초로 ‘반포 카리타스’를 설립해 주목된다. 반포 카리타스는 앞으로 장애인들을 비롯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 이웃을 위해 봉사할 예정이다.
교회의 선진화는 특수사목이 없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지구, 본당에서 어려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교회를 갔다 발길을 돌리는 경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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