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가면 치료 못받고 죽어요”
병명 안 다음날 해고 당해
치료비 감당못해 퇴원 결정
전 가족 생계 떠맡고 있어
“내가 걸린 병이 무슨 병인지 잘 몰라요. 하지만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치료 못 받고 나 죽습니다. 나 필리핀 보내지 말아주세요.”
24세의 필리핀 청년 카마트. 한 살 아래인 아내 마리셀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한국에서 일할 결심을 했다. 돈 많이 벌어 딸에게 줄 선물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작년 8월 그렇게 아내 곁을 떠났었다.
그런데 올해 8월, 카마트가 쓰러졌다. 한국에 온지 꼭 일년만에, 자신이 일하던 가구공장에서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인근 필리핀 공동체 동료의 도움으로 병원에 옮겨진 그는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사비 걱정으로 그냥 병원을 나왔다.
다행히 수원 엠마우스 이주노동자사목센터에서 1차 조직검사 비용을 부담해줘 급성골수성 백혈병이라는 병명을 알아냈다.
선고 받은 다음날,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병원을 찾은 필리핀 대사관 관계자도 “해줄 것이 없으니 폐 끼치지 말고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남겼다.
그의 병실을 찾았던 9월 20일. 아픈 와중에도 그의 얼굴은 밝았다. 필리핀 대사관이 그의 아내를 한국에 올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아내 마리셀은 요즘 그가 남긴 병원음식을 먹으며 병 수발을 하고 있다. 아내를 위해 밥맛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카마트도 언제나 식사를 남긴다.
전국 이주노동자단체들은 그의 사정을 알지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치료비가 큰 액수인데다 골수이식이라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아내가 오기 전까지 보호자 없이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에 그는 퇴원하기로 결정했다. 병원을 나가면 갈 곳도, 돈도 없다. 90일 방문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아내도 곧 돌아가야 한다.
수원 엠마우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강승호(프란치스코하비에르?33)씨는 “1차 치료에 급급해 골수를 찾는다는 생각은 엄두도 못 냈었다”며 “퇴원하면 급한대로 안산 쉼터로 옮겨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쉼터에 가게 돼도 카마트의 앞날은 캄캄하다. 우선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어울려 살아야하는 쉼터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그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문제다. 여성과 남성이 분리돼 있는 쉼터의 여건상 간호해줄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애슐리(딸)가 보고싶어요. 분명히 나를 많이 닮았겠지요?”
※도움주실분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예금주 :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6-10-15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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