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 그렸죠”
12일부터 서울 가톨릭화랑
청-홍-흑-백 등 변화 다룬 시기별 작품세계 감상 기회
“세상의 명예와 이익에서 벗어나 봉헌의 마음을 채우는 계기로 마련한 작은 자리입니다.”
서양화가 엄선애(리오바.48)씨가 지난 25여년간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 총망라하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마음이다.
작가의 소박한 마음이 묻어나듯 전시작들을 연도별로 감상하다보면 편안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모두 추상회화이지만,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추상에 대한 선입견과 부담감을 덜어내도 좋을 듯 하다. 작가의 내면을 대화하듯 진솔하게 풀어낸 편안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엄씨는 미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양화가이다. 최근 후학을 양성하는데만 매진해오다 국내 개인전으로는 8여년만에 작품전을 마련했다.
10월 12~25일 서울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 25여년의 작품세계를 각 시기별로 모았다.
엄씨의 작품 시기는 대략 5년을 주기로 급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무엇보다 색채는 다색에서 청색-홍색-검정색-흰색으로 큰 변화폭을 보인다.
특히 홍색시기는 엄씨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운 시기로 꼽을 수 있다. 작가는 이때를 단 한가지 색으로 단순화해 자신을 보이고 싶은 시기였다고 설명한다.
“소리를 크게 질러야만 들리는 것만은 아니지요. 마음을 비우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무기교의 기교’라는 마음으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이후 엄씨는 단 한가지 검은 먹으로만 작품들을 쏟아냈다. 이 ‘검은색’의 시기가 그에게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하느님께 치유받는 시기였다.
현재 엄씨는 빛을 향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흰색’의 시기를 걷고 있다. 모든 작품의 지향점은 한분이신 하느님께로 귀결된다. 비울 만큼 비운 후 새롭게 들어찬 화해와 평화가 조금씩 흘러넘쳐 작품에 묻어난다.
갈릴래아 호수의 부서진 조개껍질, 이스라엘에서 주운 말린 장미꽃잎, 나뭇잎들…. 성지순례 중 찍은 사진들도 작품으로 재탄생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묻혀낸다.
이러한 작품들은 모두 ‘Angelos 천사’라는 주제 아래 모여 있다. 하느님의 평화를 전달하는 작은 심부름꾼이 되고픈 작가의 바람을 그대로 담아낸 주제이다.
이번 전시회 이후 엄씨는 후학양성의 길을 접고 전업작가로 작품창작에 매진할 계획이다. 남편인 김춘수 화백(서울대 서양학과 교수)과 성미술 작가에 뜻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는 외동딸과 함께 ‘하느님 보시기 좋은 일’에 스스로의 달란트를 오롯이 봉헌하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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