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로서의 사명감
“교회 위해 적극 봉사할 터”
나는 집에서는 밥하고 아이 키우는데 바쁜 아줌마, 밖에 나가면 또 직업인으로서 열심히 사는 매력을 유지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활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타협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다.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늘 배우고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바쁘다는 이유로 주일미사를 거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최근 외할아버지 덕분(?)에 신앙에 대해 되새겨보는 기회도 갖게 됐다.
이미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우리 외할아버지는 남북전쟁 전 덕원수도원 시절부터 천주교를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헌신하신 분이다. 집안의 땅이고 돈이고 모두 공소와 성당을 세우고 운영하는데 아낌없이 내놓으셨다고 한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행동은 지역사회에도 잘 알려져 우리 어머니는 그 지역에서는 그저 ‘천주교집 딸’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특히 외할아버지가 펼치신 교회사업은 우리 가족들이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다. 여러 공소를 세우는 데 얼마를 봉헌했는지도 잘 몰랐고, 파주 등지에 행려인들을 위한 시설터를 봉헌한 것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참 후에 전해들었다.
그러한 뿌리깊은 신앙을 이어받아 나는 한번도 믿음이 흔들린 적은 없지만 외할아버지가 온전히 교회를 위해 봉사하신 것에 대해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었다. 자식들의 뒷바라지는 뒷전으로 하시면서까지 왜 교회에만 온전히 봉헌을 하셨을까. 젊은 입장에서 반문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외할아버지가 지은 공소가 다른 사람이 지은 것으로 왜곡되고, 외할아버지가 성당터로 봉헌한 땅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팔리고 유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강원도에서 살고 있는 사촌동생도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했고 우리 가족과 함께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급기야 동생은 외할아버지가 교회에 기증한 땅을 팔아먹은 나쁜 자손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됐고 일부 재산이 몇몇 개개인의 사심에 의해 유용된 현실은 바꿀 수 없었다.
우리가족은 공소 초대회장에 대한 예우는 고사하고, 하느님께 봉헌한 재산을 잘못 이용하는 상황을 그냥 보고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할아버지의 명예도 올바로 세우고 싶지만 무엇보다 교회 역사 자체가 왜곡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외할아버지의 활동은 한국교회사연구소 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교회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외할아버지의 활동과 공소 역사 등에 대한 자료를 정리할 계획이다.
지금의 한국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역사 안에서 교회를 세우는데 헌신하신 신앙선조들의 덕분이다. 역사라는 것은 당시의 뜻을 올바로 세우고 그 의미를 현재에서도 잘 살려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 교회의 역사도 올바로 세워야 앞으로의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외할아버지의 활동은 물론 공소 역사를 올바로 세워두는 것이 나와 교회에 주어진 숙제인 듯 한다.
우리 가족은 여러 문제점들이 새롭게 정리되면 필요한 부분은 정식으로 또 교회에 봉헌할 계획이다.
예기치 않은 일을 겪어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나는 교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신자로서의 사명감도 새롭게 갖게 됐다.
하느님께서 내게 봉헌할 기회를 주시는 한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교회를 위해 봉사할 뜻을 다져본다.
사진설명
지난해 ‘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마련한 사랑나누기 2005 행사에서 진행을 맡은 최유라씨(맨 왼쪽)가 가수 인순이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사입력일 :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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