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한가족…공동체가 안아야
▲70대 할머니(대전) : 딸이 돈이 궁하다고 해서 집을 팔아 돈을 해주고, 딸 집에서 생활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한 번도 성당에 나가지 못했어. 딸이 반대해서야. 처음에는 싹싹하던 딸이 시간이 지나자 내 방에 있던 십자가와 성모상도 모두 치웠어. 딸과 다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는 집이 시끄러워지는 것도 싫고, 눈치도 보이고 해서 아예 성당가는 것을 관뒀어. 성당에 다시 나가긴 나가야 하는데….
▲30대 후반 주부(서울) : 할머니는 제 사례와 완전 정반대네요. 저는 시어머니 때문에 결혼 후 지금까지 한번도 성당에 가지 못했어요.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지…. 성당에 나가겠다고 한번 이야기 했다가 불호령이 떨어졌어요. 종교가 없는 남편은 결혼 전에는 결혼해도 성당에 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는데, 정작 어머니가 반대하시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어요. 답답해 죽겠어요.
▲40대 초반 직장여성(서울) : 2년 전 이혼 했는데, 자연스레 성당에 발길을 끊게 되더라구요. 주위 신자들이 수군거리는 것도 싫어요. 얼마 전에는 친정 오빠가 우리 집에 온 일이 있었는데, 성당 전체에 남자를 사귄다는 소문이 좍 퍼졌더라구요. 혹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성당에 다니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재혼을 하면 조당에 걸린다고 하니….
▲30대 중반 여성(서울) : 남편의 외도 때문에 별거를 시작한지 5년째입니다. 이제는 함께 산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막상 이혼을 하려 해도 대책도 없고 해서 이렇게 시간만 보냈습니다. 남편은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집에 찾아와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갑니다. 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신앙생활은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빨리 이혼하고 재혼해서 떳떳하게 성당에 가고 싶은데, 정작 재혼하면 조당에 걸린다고 하니까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딸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는 대전의 한 할머니, 시어머니 반대로 성당에 나가지 못하는 30대 후반 주부, 이혼 후 초등학생 두 자녀를 혼자 키우고 있는 40대 초반 직장여성, 별거 5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30대 중반 여성을 실명 비공개 조건으로 각각 만났다. 이들은 모두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큰 ‘허전함’이 엿보였다.
모두 한 목소리로 “이렇게 성당에도 나가지 못하고 평생 살아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남들처럼 성당에도 나가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교회는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가정 내에서 다양한 갈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냉담 방지 프로그램’ 혹은 ‘신앙생활 유도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가정 관련 프로그램이 일선 본당 사목자의 ‘개별적 관심’ 또는 ‘그때 그때 처방’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다”(가정의 공동체 86항)라고 까지 말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최영수 대주교도 10월 전교의 달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최근 사회적인 면과 신앙 실천 측면에서의 가정 복음화에 대한 노력이 미미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올해 전교의 달에는 작은 교회이며 사회의 기초인 가정을 복음화하는 데에 마음을 모아 보자”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양한 가정내 갈등의 치유가 가능하고, 또 어려움에 처한 가정에 신앙의 행복을 전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관계자들은 ▲가정내 갈등을 사전에 해소해 이혼, 별거, 고부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건전한 가정 운동 프로그램의 개발, 확산과 ▲이미 이혼, 별거, 고부간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 등 두 가지 차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가정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정 내 갈등을 사전 차단 조율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동부시립아동상담소장 김보애 수녀(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보급하고 있는 ‘건강한 가족 공동체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9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공동체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각종 갈등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미 전국 많은 본당에서 실시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수녀는 “우리는 가족에게서 선물도 많이 받지만 또한 심리적 외상도 많이 받는다”며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심리적 외상을 치료하지 않고, 부모에게, 동생에게, 언니에게 화가 나도 그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을 새롭게 바라보는 틀인 ‘자기 존중심’과 ‘믿음’을 가진다면 가정내 대부분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한 가족 프로그램은 극단적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적어도 개선 노력을 할 수 있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미 이혼한 이들이나, 별거중인 사람들, 각종 가족 간 갈등 때문에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좀더 ‘다가가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작 이혼가정이나 별거가정, 가정내 갈등 가정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이들은 교회법원 등 이용할 수 있는 사목 서비스 조차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혼을 생각하는 이혼자나 별거자에 대해서는 교구 법원 등의 활로가 있음을 적극 알리고,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구역장 반장들의 잦은 방문을 통해 이들이 ‘변치않는’교회의 일원이라는 의식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혼자나 별거자들이 본당 단위에선 활동이 불편한 현실적 문제가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교구 차원 혹은 지구 차원의 프로그램을 마련, 신앙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가정내 갈등 치유를 위한 가족모임 진행 방법 안내
먼저 진행자를 정한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 중 누구라도 가능하다. 서기를 정해 모임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다.
1 우리집 철학(Philosophy) - 3분
"자~ 우리집 철학을 암송하겠습니다."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
2 알림(Announcement) - 3분
"한주간 일정, 가족들의 특별한 사항, 손님 방문 등을 알려주는 알림시간입니다." "이번 주말에 아빠와 엄마는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함께 갈 사람은 같이 갈 수도 있어요."
그 주간의 특이 사항에 대해서 자세하게 안내해 준다. 역할 변동사항, 환자 및 진료 상황, 각종 행사 등을 소개한다.
3 잘 할 수 있어요(Pull-ups) - 7분
"한 주간 동안 잘못한 행동을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누구 부터 해주시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도 말씀하실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도움말도 주실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동안 자기 행동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잘못한 행동을 밝힘으로써 책임감있는 행동 수정을 도모한다.
4 칭찬 보따리(Affirmations) - 10분
"일주일 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서 또는 개인적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한 가족들에게 칭찬 보따리를 풀어주는 시간입니다."
칭찬은 구체적 사항을 예로 들고,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선정하여 발표하도록 한다. 개인 감정을 다룬 내용이나 매번 반복되는 내용은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칭찬 후에는 서로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해 준다.
5 나눔(Conference) - 5분
"이번 주 '우리집 생활철학'은 '나는 정직하겠습니다'입니다. 생활철학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준다. 그 주간의 생활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한 점을 나눈다. 역할 평가, 가족 이벤트 구상을 주제로 진행할 수도 있다.
6 뉴스(News) - 5분
"뉴스 시간입니다. 우리집에 대한 소식과 좋은 일, 또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그 주간의 날씨, 사건, 기타 정보(생활이나 문화, 오락 등)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뉴스나 정보의 내용은 되도록 희망을 주는 긍정적이고 흥미를 주는 내용이어야 하고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도 좋다.
7 신나요(Up-Ritual) - 10분
"자 이제 장기를 자랑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신나요'는 홍철수와 순이가 노래와 춤을 준비하였습니다. 힘찬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개인 또는 가족 전체가 장기(노래, 유머, 춤)를 발표하도록 한다. 외식이나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여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있다.
8 마무리(Closing) - 2분
"0000년 0월0일 가족 모임은 이번 주 생활철학을 함께 읽어보며 마치겠습니다. 나는 정직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앞으로의 한 주간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 다음 주 생활철학을 확인하고 모두 함께 암송한 후 마친다.
※ 건강한 가족 공동체 프로그램 문의 : 서울시립동부아동상담소 02-2248-4567~9
제공=김보애 수녀 (서울 시립 동부아동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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